췌장암, 80대라도 ‘포기 NO’!… 수술 후 16개월 생존

췌십이지장절제술 예후, 고령 영향 미미

췌장(오른쪽 살구색 기관)과 담도(초록색 관 모양), 십이지장(붉은색 관 모양) 모식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0대의 고령이라도 췌장암 수술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직까지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 중 하나인 췌장암은 수술 후 합병증 우려가 커 고령 환자는 수술 치료를 피하곤 했다. 하지만 치료 기법의 개선으로 이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추세란 지적이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 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이 호주외과학지(ANZ journal of surgery) 최근 호에서 공개한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병원에서 2009년 1월~2018년 12월 10년 동안 췌장 두부에 생긴 암으로 췌장-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분석했다.

이 결과 논문은 “환자가 80대 이상의 고령이라도 체력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나이 때문에 수술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 냈다.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수술 여부에 따라 차이가 극명했을 뿐, 수술 연령대에 따른 차이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췌장암 수술 환자는 666명이었지만, 80대 이상 고령 환자는 3.6%(24명)에 불과했다. 보통 췌장암 환자 중 20~30%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고 추정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고령이라는 나이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 달리 나이가 수술 예후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만큼 미미했다. 80대 미만 그룹의 평균 재원 일수는 12.6일이었지만, 80대 이상 그룹 13.7일 수준이었다. 합병증 발병율 또한 나이와 관계 없이 엇비슷했다.

생존기간 역시 80대 미만은 18개월, 80세 이상 환자는 16개월로 대동소이했고, 무진행 생존 기간도 11개월과 8개월로 두드러지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80대 이상 환자 중 6명은 수술 후 24개월 이상 장기 생존하기도 했다.

반면, 해외 연구를 살펴봤을 때 수술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생존기간에서 불리했다.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 기간(중앙값)은 12.6개월이었던 반면, 비수술 환자는 3.5개월로 4배 가까이 차이났기 때문이다.

신상현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다른 건강상의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갖고 ‘수술이 어렵다’고 포기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에게 기대 여명을 늘릴 기회를 제공하고 치료를 선택할 권리를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암과 담도암과 함께 최근 국내에서 발병율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생존율과 치료율이 가장 낮은 종류 중에 한다. 인접한 장기라 췌장·담도암으로 함께 분류하기도 한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담낭 및 기타담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8.5%이며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3.9%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췌장의 두부(머리 부분)에 종양이 생길 땐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과 함께 십이지장, 담도, 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하고 다시 연결하는 과정도 복잡해 현재 외과 수술 영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이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율도 최대 40%에 달한다. 수술 중 췌장에서 누출(누공)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되면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해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부담이 큰 수술이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해당 수술의 예후가 고령 환자 전체에 좋다고 일반화해 해석할 순 없다. 연구 방식 자체가 치료 이후의 결과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분석이기 때문이다.

즉, 담당의와 논의하며 수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건강 상태가 나빠 수술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을 고령 환자는 선제적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해당 치료와 수술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담당 전문의와 논의한 후 진단에 따라 결정할 것을 권고한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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