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호르몬 변화, 모성애 촉발한다 (연구)

새끼 낳은 암컷 생쥐, 호르몬 변화와 뇌 신경세포 활동 변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육본능이 임신 후반기 호르몬 분비를 통한 뇌 변화로 촉발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가 육아 행동과 산후 정신 건강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인간의 뇌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5(현지시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연구는 짝짓기 전까지는 새끼 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어미가 된 이후 새끼를 돌보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것처럼 행동의 극적인 변화를 보인 암컷 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과거에는 이러한 변화가 출생 도중 또는 출생 직후에 발생하며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런 변화가 그보다 빠른 임신 후반기에 발생하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머리에 부착된 소형 장치를 사용해 양육 행동과 연관된 시상하부의 신경세포 집단의 활동을 추적했다. 뇌 기록에 따르면 에스트로겐은 이들 신경세포의 기본 활동을 감소시키지만, 들어오는 신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로게스테론은 입력을 재배선해 더 많은 시냅스를 형성해 신경세포가 뇌의 다른 부분과 더 조밀하게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뇌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영구적인 것처럼 보였다.

연구를 이끈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조니 콜 박사는 “우리는 임신 중에 여성의 신체가 아이를 키울 준비를 하기 위해 변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출산 훨씬 전부터 시작되는 모유 생산이 그중 하나”라며 “우리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준비가 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기 뇌(baby brain)’라고 불리는 이러한 뇌변화가 “우선순위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처녀 생쥐는 짝짓기에 집중하므로 다른 암컷의 새끼에게 반응할 필요가 없지만 자기 새끼를 낳은 어미 쥐가 되면 강력한 육아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새끼 쥐의 생존을 보장하게 된다는 것. 그는 매혹적인 점은 이런 전환이 태어날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훨씬 더 일찍부터 뇌에서 준비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생쥐의 신경세포를 이들 호르몬에 둔감하도록 조작하자 출산 후 생쥐들의 육아활동으로 전환이 눈에 띠게 줄어드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임신 후기에 이러한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뇌 부피와 뇌 활동의 변화를 보여주는 여성의 뇌 영상 연구와 일치한다. 콜 박사는 “인간의 육아는 분명히 훨씬 더 복잡하다면서 인간의 경우 호르몬 변화가 양육 행동에 미치는 유일한 영향은 아니며 반드시 주된 영향도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면 부모와의 유대감과 산후 우울증 및 정신병 등의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뉴욕대(NYU) 랭곤의대의 로버트 프롬케 교수는이번 연구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육아와 신체 및 뇌의 호르몬 신호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확실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육아는 인간과 동물의 행동 중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행동 중 하나지만 특히 특히 아기에게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산후 초기에는 시행 착오‘가 많다면서이번 연구가 밝혀낸 호르몬 변화는 부모의 뇌가 갓 태어난 아기의 요구에 바로 반응하도록 준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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