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못 낫게 하는 '분자' 발견...없애면 치료 수월
대장암 치료 가로막는 특정 분자(TCF-1) 발견, 돌파구 열어…논문, ≪사이언스 면역학≫ 게재
면역요법이 대장암 환자의 약 90%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게 하는 원인물질을 발견해 대장암 환자의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라트로브대 ‘올리비아 뉴튼-존 암 연구소’는 대장의 중요한 면역세포 그룹인 ‘감마 델타 T세포’의 특정 분자(TCF-1) 농도가 다른 부위에 비해 훨씬 더 높으며, 이 특정 분자가 자연면역 반응으로 ‘감마 델타 T세포’가 대장암과 싸우는 것을 크게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리사 밀케 박사(점막면역 및 암 연구 책임자)는 "대장의 중요한 면역세포 그룹인 ‘감마 델타 T세포’가 대장암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밀케 박사는 "감마 델타 T세포는 대장의 최전방 전선에서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 면역세포는 대장을 감싸고 있는 상피세포를 지속적으로 감시 순찰하고 보호해 잠재적인 암 위협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전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암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면역요법 등을 적절히 병용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면역요법은 암 퇴치에 가장 유망한 새로운 치료법에 속한다. 몸 안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해 없애는 능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현재의 면역요법에 제대로 반응하는 대장암 환자는 10% 미만에 그친다.
연구팀에 따르면 매년 1만5500명 이상의 호주인이 대장암 진단을 받는다. 호주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증 1위는 폐암, 2위는 대장암이다. 특히 신규 대장암 환자 중 10% 이상이 50세 미만의 젊은 층이며 이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사람은 1950년 출생자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대장암 환자는 일반적으로 말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다. 국내 사정은 훨씬 더 심각하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20~49세의 대장암 환자 발생률이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세계 1위다.
또한 대장암 환자 검체를 분석했을 때 종양에 감마 델타 T세포가 더 많이 존재하는 환자의 예후가 더 좋고 생존율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에는 수조 개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가 산다. 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일부 박테리아는 질병과 관련이 있지만 다른 박테리아는 면역체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마리나 야쿠 연구원(박사과정)은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연구 결과로 대장암 환자의 치료법이 조만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감마 델타 T세포에서 TCF-1을 제거하면 대장암 종양의 크기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를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표적 병용 면역요법의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T cell factor 1 (TCF-1) is a critical regulator of intraepithelial lymphocytes in colorectal carcinoma)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