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진통제’ 먹고 운전했다간…교통사고 3배 위험

“교통사고 낼 위험 3배 높아져… 담당 의사와 상의 바람직”

나이든 사람의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최근 일본에서 많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가 있다. 특히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아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는 사고의 대부분을 노인들이 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든 사람이 우울증 치료제, 수면제, 진통제 등을 먹은 뒤 운전하면 교통사고를 낼 위험이 약 3배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은 노인 198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노인 198명(평균 연령 73세)의 기억력·판단력·사고력 등 인지기능 장애 여부를 최대 10년(평균 약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들 참가자는 초기에 인지장애 징후를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매년 도로 테스트를 받아 운전 기술을 점검하도록 했다.

특정 약물이 자동차 운전의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약의 사용설명서에서 “복용 후 중장비를 운전하지 마십시오”라는 경고 라벨을 읽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참가자 가운데 약 35%가 도로 테스트에서 낙제 및 한계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우울제,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먹는 진정제 및 최면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등을 복용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도로 테스트에서 낙제 또는 한계 등급을 받을 확률이 약 3배 더 높은 걸로 드러났다.

항우울제, 수면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노인 가운데 약 16~17%가 도로 주행 성적이 나빴다. 이런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노인 중 도로 주행 성적이 나쁜 비율은 6~7%에 그쳤다. 반면 항히스타민제, 항콜린제는 노인의 운전 능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항히스타민제는 복용자를 졸리게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항콜린제는 과민성 방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파킨슨병 등 증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시야 흐림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졸음을 일으키지 않은 최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었거나 항콜린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 뚜렷한 효과를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데이비드 카 박사(노인의학)는 “실험연구가 아닌 관찰연구 결과라 특정 약물이 교통사고를 낼 위험이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우울증 치료제 등을 먹고 운전하면 위험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건강상태, 기억력 및 사고력, 시력 문제 등 여러 요인을 고려했다. 그런데도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의 약물 중 상당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한다. 졸음, 현기증 등 부작용이 운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나이든 운전자는 담당 의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연구 결과(Medication and Road Test Performance Among Cognitively Healthy Older Adults)는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고 미국 건강포털 ‘헬스데이’가 소개했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일본 경찰의 교통사고 보고서(2012~2019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본 7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치명적인 교통사고 비율은 2008년 9% 미만에서 약 15%로 6%포인트 이상(약 70%) 늘어났다. 이들 고령 운전자는 젊은 운전자에 비해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를 2배 이상 더 많이 냈다. 2019년엔 운전자가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아 사망자를 낸 자동차 사고가 41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68%(28건)가 75세 이상의 운전자에 의해 일어났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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