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약 ‘벤클렉스타’ 처방 확대 ‘삐끗’…다발골수종 치료효과 불충분

애브비, 다발골수종 재발 환자 대상 병용 평가 결과 공개

벤클렉스타 제품사진. [사진=한국애브비]

백혈병 치료제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의 처방 적응증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벤클렉스타는 다국적 제약기업 애브비가 개발한 혁신신약으로,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에 이어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처방권에 안착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영역 확장을 시도한 결과 이렇다 할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브비 본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존 치료에 실패한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덱사메타손과의 병용 임상 결과를 공식 보고했다. 이들 환자는 이전에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치료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 환자로 t(11;14) 유전자 양성 소견을 보였다.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벤클렉스타와 덱사메타손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인 ‘벤덱스(VenDex)’를 투여한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9.9개월이었다. 여기서 PFS는 해당 임상의 1차 평가변수로 암이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을 말한다.

주목할 점은 벤덱스의 치료 효과가 대조군에 비해 높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연구의 대조군으로 설정된 BMS ‘포말리스트’와 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폼덱스(PomDex)’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PFS는 5.8개월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애브비는 “PFS 지표 등 주요 1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벤덱스의 전체 반응률은 62%로 폼덱스 35%에 비해 높았다”며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또한 벤덱스 치료군의 경우 32.4개월, 폼덱스 치료군 24.5개월과는 비교가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임상 분석 결과 잠재적으로 유리한 경향성 만큼은 확인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보건당국과 데이터를 놓고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벤클렉스타는 경구용 B세포 림프종-2(BCL-2) 억제제로 승인을 받은 최초의 약물이다. 이 치료제는 세포자멸사를 방해하는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과도한 발현을 억제하고, 암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악화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국내에서는 올해 2월 AML 분야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만 75세 이상 또는 집중 유도화학요법에 적합하지 않은 동반질환이 있는 새로 진단된 AML 성인 환자에서 벤클렉스타와 저메틸화제제인 아자시티딘 혹은 데시타빈의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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