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가 휘어 보여”…내 눈에 무슨 일이?

중증 황반변성 가능성…시력 회복 거의 불가능

황반변성이 생기면 시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물체가 휘어 보이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0대 초반의 A씨는 최근 친구와 몇 년 만에 바둑을 두었는데, 바둑판 줄이 휘어 보이고 직선에 톱니 같은 것이 나타나는 증세로 안과 진료를 받았다. 세극등 검사와 안저 촬영 등을 실시한 결과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아주 작은 물방울 같은 것이 보이고 표면이 불균일하고 세포의 퇴화 흔적 등이 나타났다. 실명을 초래하는 주범인 황반변성이다.

황반은 눈 속 망막의 중심부로서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시력의 90%를 담당하며 색을 구별하고 사물을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망막질환인 황반변성의 연간 진료 인원이 2013년 14만 540명에서 2022년 42만 404명으로 늘어났다. 노화가 주요 원인으로,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80%가 넘는다.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시력 저하, 변형시(휘어 보임), 중심암점 증상(중심은 검게 보이고 주변만 보임) 등이 나타난다. 황반변성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 발생하더라도 아직 정상인 반대편 눈에 의지해 증상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가 반대편 눈에도 황반변성이 생긴 후 진료를 받게 된다.

노화·흡연·비만이 주요 원인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경희대병원 유승영 교수(안과)는 “황반변성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흡연경력, 유전적 요인, 비만 등이 있다”면서 “습성 황반변성은 예후가 좋지 않고 시력을 잃을 위험이 있어 빨리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수 있어 치료 및 정기적인 관리가 필수이다.

황반변성을 자가 진단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가로세로 줄이 많이 그어져 있는 종이나 격자무늬를 한쪽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무늬가 무언가 휘어져 보이거나 직선이 들쭉날쭉하다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전승희 교수(안과)는 “황반변성은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이전의 시력을 회복하기 어려운데, 이는 황반이 시신경 세포로 구성돼 있어 한 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찍 발견해 황반부의 구조적인 손상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시력은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 주의를…1년에 한 번씩 안저검사

황반변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절주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인스턴트식품이나 가공식품 및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항산화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 등푸른생선, 견과류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 비만·고지혈증·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잘 치료한다. 햇빛에 노출되는 곳에서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을 보호한다.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에 주의한다.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와 아연, 루테인, 제아잔틴이 들어 있는 영양제가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을 낮추고 습성 황반변성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망막학회에서는 황반변성 등 실명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해 눈에 다른 문제가 없더라도 만 50세 이상 성인은 1년에 한 번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안저검사는 안과 정밀검사 중 하나로, 시력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망막, 망막 혈관, 황반, 시신경유두 등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에 무료 검사로 도입해 환자의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여론이 높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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