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일부 뇌종양엔 잘 듣지 않는 이유?

뇌 자체에서 발생한 뇌종양엔 효과 낮아... “T세포와 암 정보 공유, 항암효과 높이는 ‘점화’ 과정에 구멍 뚫려” 원인 규명

뇌종양은 두통과 구토 증상으로 시작된다. 이어 팔 다리가 마비되고 간질 발작, 시력 및 안면신경 마비 등으로 이어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종양에는 암세포가 다른 신체부위에서 뇌로 퍼진 ‘전이성 뇌종양’과 뇌 자체에서 발생한 ‘원발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이 있다.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가 ‘전이성 뇌종양’에는 잘 반응하지만 ‘원발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는 잘 듣지 않는 이유를 밝혀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반응은 뇌 외부의 림프절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교모세포종에서는 이 과정이 효과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면역항암제가 좋은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로버트 프린스 교수(신경외과, 분자 및 의학 약리학)는 “일반적으로 잘 반응하지 않는 교모세포종 등 고형 종양에 대한 새로운 요법을 개발하려면 반드시 반응하는 종양의 유형을 이해하고 그 메커니즘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신체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받은 전이성 뇌종양 환자 9명의 면역세포를 연구하고, 이를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받지 않은 전이성 뇌종양 환자 19명의 면역세포와 비교했다.

또한 특정 기술(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활용해 참가자의 유전 물질을 검사한 뒤 종전 발표된 25명의 재발성 교모세포종 종양에 대한 분석 데이터와 비교했다.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가 뇌 자체에서 생긴 뇌종양(원발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는 잘 듣지 않는다. 약을 써도 면역 T세포가 증가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부위에서 시작돼 뇌로 번진 뇌종양(전이성 뇌종양)에는 잘 듣는다. 약을 써도 원발성 뇌종양 환자의 T세포가 왜 활성화하지 않는지 이번에 알아냈다. 면역항암제의 항암 효과를 높이는 연구가 활기를 띨 것 같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 면역관문억제제를 쓰면 활성 T세포와 소진된 T세포가 전이성 뇌종양 환자에서는 모두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종양에 맞서 싸울 준비가 충분히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뇌 자체에서 발생한 뇌종양(원발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환자에서는 활성 T세포와 소진된 T세포가 충분히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진된 T세포의 특정 하위그룹이 전이성 뇌종양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면역항암제는 교모세포종 치료엔 효과적이지 않으나 전이성 뇌종양인 흑색종 등 다른 유형의 암세포의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암세포를 없애준다.

T세포는 뇌로 이동하기에 앞서 림프절에서 활성화한다.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가 종양에 대한 정보를 T세포와 공유해 종양에 대한 공격 효과를 높인다. 그러나 교모세포종을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하려고 할 때엔 이런 ‘점화(Priming)’ 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연구팀은 전이성 뇌종양인 흑색종 환자 집단에 대한 데이터를 폭넓게 분석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뇌종양 환자의 면역요법 효과 개선과 더 효과적인 요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Immune checkpoint blockade induces distinct alterations in the microenvironments of primary and metastatic brain tumors)는 ≪임상시험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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