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덜 빨리 늙어도…덴마크 고령부 “대전환 준비”

메테 키르케고르 장관 단독 인터뷰…"30년 남은 초고령화 시대, 모든 것 변화할 것"

지난 25일 코메디닷컴과 인터뷰 중인 덴마크 고령부 메테 키르케고르 장관. [사진=주한덴마크대사관]
“노인들 역시 다양한 개인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050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덴마크 정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초고령 사회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인구로 구성되는 시점을 말한다. 2030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보다 20년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50년이면 고령화 정도가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한다. 홍콩이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2050년에 사실상 세계 1위 고령국이 된다는 것이다.

덴마크 정부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초고령 사회가 불러올 거대한 사회구조적 변화를 크게 우려하며 더 나은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서고 있다. 그 방증으로 2015년 덴마크 정부는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인 ‘고령부'(Ministry of Senior Citizens)를 신설했다. 무려 3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해 노인정책을 필두로 정부 정책과 사회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다.

그간 관료주의 철폐, 민간 개방 등의 노인복지 서비스의 효율화 등을 추진해 왔던 덴마크 고령부는 최근 정부 내에서도 힘이 실리고 있는 부서 중 하나다. 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022년 의회 신년사에서 별도의 새로운 ‘노인법’ 제정 추진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지난해 9월에는 덴마크 노인정책의 미래 방향성을 담은 백서인 ‘돌봄 시간이 충분한 노인돌봄 서비스 보고서'(Afrapportering: En ældrepleje med tid til omsorg, Report: An elderly care service with time for care)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노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 돌봄 체계'(human-centered care system)를 구축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질병의 예방, 관리, 치료의 전 과정을 사회복지 체계와 함께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통합적인 건강 관리 시스템’을 덴마크 노인 인구가 선호하는 ‘재택 요양’ 방식으로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돌봄 노동력을 반드시 필요한 업무에만 집중하고 완성도 높고 일상적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 헬스케어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보급할 계획이다. 2050년을 목표로 인간 중심 돌봄 시스템을 완성하면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확대 제공할 예정이기도 하다. 덴마크 정부는 노인정책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시스템을 통합하는 모험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2기 내각을 출범한 프레데릭센 총리는 사회부 장관이 겸직했던 고령부 장관직에 메테 키르케고르 현 장관을 단독 임명하기도 했다. 덴마크 언론 역시 키르케고르 장관이 이전 정부에서 15년 이상 성공하지 못했던 노인정책 전환의 과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키르케고르 장관은 과거 지방자치단체장 등 지역정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취임 초기부터 강한 실무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각 지자체와 일선 요양·의료기관을 직접 돌며 실제 노인과 돌봄 노동자의 현장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중앙정부의 정책과 조율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키르케고르 장관은 최근 해외 순방 일정을 소화 중이다. 해외 국가들과 노인돌봄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정책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교류·협력 등을 논의하려는 목적이다. 첫 순방지는 우리나라로 지난 24~26일 사흘간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면담, 주한덴마크대사관 주최 ‘한-덴마크 기술을 통한 만성질환 예방 및 건강한 노화 세미나’, 의료·요양기관 방문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코메디닷컴은 25일 덴마크 고령부 메테 키르케고르 장관을 인터뷰하고 덴마크 정부 노인돌봄 정책 전환 현황과 양국의 협력 증진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덴마크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법과 노인돌봄 정책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정책적으로 노인돌봄은 노인들의 다양하고도 개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노인 인구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굉장히 다양한 성격의 집단으로(diverse) 구성돼 있기에, 노인돌봄 역시 여기에서 오는 매우 다양한 필요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날 필요한 노인 정책과 관련한 법과 제도는 ‘표준적인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상의 매우 큰 규모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덴마크 정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노인법’은 각각의 개인에게 더욱 맞춤화된 돌봄·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법과 제도가 변해야 하고 이에 맞춰 새로운 (노인 시민의) 권리도 고려해야 하는 등 대규모의 사회적 변화가 수반돼야 합니다.”

-‘인간 중심 돌봄’ 정책의 의미와 성공을 위한 과제는?

“덴마크 정부가 노인 정책의 방향성으로 제시한 ‘인간 중심 돌봄’은 개개인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응 방안입니다. 그렇기에 각종 첨단 기술을 돌봄노동에 도입하더라도 ‘사람’의 개입은 매우 중요합니다. 돌봄 서비스 제공자가 환자와 관계를 맺지 않고 개인별로 필요한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가 없다면 결코 환자를 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덴마크 정부가 내놓은 결론이자 요점입니다. 저 역시도 이에 동의할 뿐 아니라 덴마크인들이 좋아하는 철학이기도 합니다. 덴마크의 위대한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우리에게 전해준 생각이기 때문이죠. 그의 사상에서 중요한 지점의 하나는 우리가 다른 이와 (인간·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면 우리는 결코 다른 이를 도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덴마크 정부의 노인정책은 이와 동일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 중심의 건강(human-centered health)’, ‘인간 중심의 도움(human-centered aids)’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노인 환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각각의 필요가 무엇인지 서로 대화하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환자뿐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에게도 해당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노인 정책은 노인뿐 아니라 의료진과 간호사, 복지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 이들 모두의 필요와 요구를 통합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인간 중심 돌봄은 통합적 돌봄(integrated care)이기도 합니다.

-덴마크 노인정책을 위해 더욱 보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러한 노인 정책의 성공을 앞당기기 위해선 우선 다양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여러 가지 요구 사안들이 수반합니다. (기술적인) 역량과 인프라가 필요한 것은 물론 ‘복지 기술’을 구현하는 방법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 간의 파트너십(협력체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첨단 기술을 잘 알고 있는 기술·연구자들과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 주체(기업), 기술 사용자인 의료·요양기관이나 일반 시민들 모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이 모든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적 해결책(솔루션)이 매우 다양한 개개인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고요. 따라서 표준화된 기술적 솔루션만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도 노인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기술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항상 필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지금까지의 정책적 실수 중 하나는 사회의 적응 과정을 지나치게 우려해 한 번에 한 가지 기술이나 도구만을 도입하고 보급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에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한꺼번에 도입하고 적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와 관련한 문제점 중 하나는 오늘날 덴마크 지자체가 ‘첨단 기술’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첨단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노인돌봄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각 당사자와 협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역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기반시설) 구축과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장기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역시 ‘복지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투자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오른쪽)과 덴마크 고령부 메테 키르케고르 장관(왼쪽)의 25일 면담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인간 중심 돌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덴마크와 한국 교류·협력에서 초점을 두는 부분은? 

“특히, 덴마크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노인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복지기술’을 가장 중요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내용입니다. 돌봄과 사회복지 시스템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복지기술’이 앞으론 모든 개개인의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초고령 사회라는 인구통계학적인 변화가 우리 사회에 노동력 부족 등 수많은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동일한 문제 상황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배울 점도 많다는 사실 또한 방한 일정 동안 확인했습니다. 덴마크와 한국에는 이미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많은 영역이 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한국 발표자들은 노인돌봄 현장에서 각종 첨단 기술의 필요성과 실제 기술을 사용하는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덴마크 역시 동일한 지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복지기술의 필요성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방법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격차를 추가 기술 구현과 확장 등을 통해 해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덴마크 정부는 국가적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정책의 성공을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양국 협력의 열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방한 일정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만나 양국 간 노인 정책과 관련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고, 덴마크의 제약기업 ‘노보노디스크’와 한국의 IT 기업 ‘카카오’가 당뇨 관리 솔루션(말라야-파스타)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방한 기간 양국 정부와 기업의 교류와 협력을 어떻게 하면 더욱 강화할 수 있을지, 양국이 어떻게 함께 발전할 수 있을지 많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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