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며느리의 같은 마음 “추석에 전 안 부쳐요”

성균관이 소개한 명절 차례상에 전 없어... 가족 간의 합의가 중요

성균관의 ‘차례상 표준안’에 따르면 힘들게 전을 부쳐서 올리지 않아도 된다., 차례 음식은 가족 간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사진=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시댁에 가야 하는 며느리의 마음은 편치 않다. 시댁 어른들이 잘 대해 주셔도 시댁은 시댁이다. 특히 이번 추석에도 전 부칠 것을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 하지만 A씨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명절에 전을 부치지 않기로 시어머니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제의를 며느리가 받아 들인 것이지만, 두 사람은 오랫 동안 같은 생각을 해 온 터였다.

성균관 의례위원회 ,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명절은 집안 여성들이 고생하는 날이 된 지 오래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 간의 화목을 다지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음식 준비만 부각된 느낌이다. 보다 못한 성균관의 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을 간소화한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표준안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이 기본으로 9가지 정도의 음식만 있다. 성균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간에 합의해서 음식을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절에 남녀 갈등, 경제적 부담 덜어야집안 일, 남녀가 분담해야

명절에 집안 여성들은 상을 차리고 남성들은 소파에 기대어 TV를 보는 것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오래된 관습이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갈등으로 명절 이후 부부 싸움, 이혼율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해묵은 관습을 깨야 한다. 젊은 맞벌이 부부처럼 명절 집안 일도 남녀가 서로 분담해서 여성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조상을 기리는 정성이 중요한 명절에 가족 간에 불화가 생겨선 곤란하다.

여행 가서 차례 지내도 OK… 시대가 변하면 의례도 바뀐다

성균관은 “가족 간에 합의가 되면 명절 때 국내, 해외로 여행 가서 차례를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오히려 마음이 통하지 않고 겉으로만 꾸미는 ‘허례허식’이 문제라고 했다. 시대가 변하면 의례도 바뀌어야 한다. 고인이 생전에 피자를 좋아했다면 차례상에 올릴 수도 있다. 조상님들이 기름기 많은 전통 제사 음식만 드실 수는 없는 법,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올려도 상관없다. 가볍게 차례를 지내고 조상님들이 생전에 당부하신 말씀을 후손에게 전달하는 대화 시간을 늘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중년 여성의 명절 화병사라져야가족 간의 인화, 가장 중요

요즘은 시어머니도 마음 고생이 심하다. 예전처럼 젊은 며느리에게 대놓고 큰소리를 칠 수 없는 세상이다.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화병이 도지고 만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우리 이제 전 부치지 말자”고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상징적이다. 명절 음식을 먹다가 살찌는 걱정도 덜 수 있다. 명절은 조상의 은덕을 되새기고 오래 떨어져 있었던 가족 간의 인화를 다지는 날이다. 유산 문제, 취업, 결혼 등 민감한 말은 거론하지 말자. 명절 아니면 언제 또 볼 것인가.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 바로 이번 추석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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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c*** 2023-09-27 14:58:53

      전부치기는 문중.가족회의에서 결정하면 될것입니다.국사 편찬위원회, 우리 역사넷. 수확을 의미하는 추석, 신라 3대 유리왕 9년(32)에 왕이 육부(六部)를 정하고 이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왕녀 두 사람이 각각 부내의 여자를 거느려 편을 나눈다. 7월 16일부터 매일 아침 일찍 육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고 을야(乙夜, 밤 10시경)에 파하며,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의 많고 적은 것을 살핀다. 지는 편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때 가무백희(歌舞百戲)를 행하니 이를 가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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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c*** 2023-09-27 14:57:50

      추석이 다가오고 있군요. 코로나 방역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이제 다시 수천년 추석명절의 전통으로 돌아왔습니다. 설날.추석 명절때,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드는 유전자가 있는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문중과 가족 회의를 거쳐, 알맞게 차리시고, 차례지내시고, 성묘하십시오. 그리고 추석 달맞이는, 대보름처럼, 일반인들이 달님을 향해 소원을 비는 몇 번 없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전부치기가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한 차례상 간소화 처방은, 차례상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형편이 않되면 제사상을 간소화 하라는 것이지요. 전부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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