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의 전철 안 근력 운동…”자리 양보 사양합니다”

[김용의 헬스앤]

내가 오래 아프면 가족들도 고생한다. 내 몸이 건강해야 가족들이 편안하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지하철 안에서 정겨운 실랑이를 목격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하자 한사코 사양을 하는 것이다. 기어코 자리를 거절한 노인은 젊은이가 부담스러워 할 까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전철 안에서 까치발 운동을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매일 외출하는 이유… 집에 앉아 있으면 ‘몸이 녹는다’

그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놀랍게도 92세(1931년 출생)였다. 그는 전철 안에서 가급적 자리에 앉지 않고 자신이 개발한 근력 운동을 한다고 했다. “우리 같이 매일 노는 사람이 편하게 앉아 갈 필요가 뭐 있어… 피곤한 직장인들이 앉아서 가야지” 그는 매일 외출을 한다고 했다. 집에서 앉거나 누워 있으면 ‘몸이 녹는다’고 했다. 무릎 관절이 안 좋은 부인(89세)을 도와 집안 청소, 가사 등은 도맡아 한다. 이틀에 한 번 정도 청소를 하면 운동 효과가 상당하다고 했다. 땀을 흘린 후 샤워를 하면 몸이 개운하다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때 몸이 건강한 편은 아니었다. 기업에서 일할 때 스트레스가 심하면 몸살을 앓아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70대 때는 넘어져 고관절을 다쳐 2개월 넘게 입원하고 1년 넘게 재활 치료를 했다고 한다. 지금도 걸을 때 자세가 불안정할 때가 있다. 당시 근육이 크게 빠져 고생했다. 특히 다리 근육이 많이 줄고 쇠약해지면서 근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아내 간병 위해 근력 관리하고 있다” 

그는 “나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는 게 싫다”면서 치매 예방에도 공을 들인다. 매일 일기를 쓰고 영어 공부를 한다. 한글 자막이 없는 영화를 보면서 영어 대사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한다. 음식에도 신경 써 아침에는 단백질이 많은 달걀, 콩국을 먹는다. 저녁, 점심은 채소 반찬 위주로 고기도 먹는다. 물론 소식이다. 아내보다 건강한 편인 그는 “나 때문에 평생 고생한 사람을 아프다고 요양병원에 보내진 않을 것”이라며 “곁에서 간병하기 위해 근력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92세 어르신께 인사를 드린 후 전철을 나설 때 젊은 내가 부끄러웠다. “아내를 돌보기 위해 발뒤꿈치 운동을 한다”는 대목에선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을 누리는 분은 역시 다르구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전철 안에서도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는 모습에서 언행일치의 생활 신조가 보였다. 전철표 한 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강연을 들은 것이다.

“90세 넘어도 뚜렷한 삶의  목표 있어야”   

현재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모두 8929명(남자 1526명, 여자 7403명-8월말 기준)이다. 90세 이상 인구가 워낙 많아 곧 1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요즘은 건강수명을 장수의 진정한 가치로 삼는 시대다. 100세를 살아도 아파서 누워 지내는 기간이 길면 본인은 물론 가족도 힘들다. 92세 어르신의 말씀처럼 가족에게 폐 끼치지 않는 삶이 모두가 바라는 노년인 것 같다.

건강정보의 확산으로 음식 조절, 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백질, 탄수화물, 불포화 지방산의 의미를 알고 실천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건강수명은 유전자의 힘만은 아니다. 젊을 때 몸이 약했던 사람이 오히려 건강을 더 살피고 운동을 하면서 90세, 100세를 살 수 있다. 집에서 소파에 앉아 있으면 편하다. 하지만 몸은 더 늙어갈 수 있다. 건강수명도 노력해야 얻는 것이다.

92세 어르신이 부지런히 몸을 관리하는 것은 뚜렷한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폐 안 끼치고 아내가 아프면 자신이 돌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단백질 음식으로 근육을 지키고 신체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외국어 공부 등 두뇌 활동도 꾸준히 한다. 평생 헬스클럽 운동을 해보지 않았던 노인이 비교적 건강한 몸과 두뇌를 유지하고 있다. 일상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철 근력 운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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