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300일 생리혈 흘려”…英 40대女 무슨 사연이길래

영국 40대 생리과다출혈 환자, 피 많이 흘려 중증 빈혈…3년만에 수술로 희망 찾아

“1년 중 300일 생리혈 흘려”…英 40대女 무슨 사연이길래
생리과다출혈로 큰 고통을 겪은 헬렌 루이스(43, 왼쪽)와 케이티 잭슨(25). [사진=데일리메일(캡처)]
영국의 40대 여성이 자궁내막증으로 1년에 약 300일이나 피를 쏟다가 3년 뒤에야 비로소 수술로 안정을 되찾았다고 일간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했다. 이 여성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악성 빈혈로 고통받다 수술을 받고 정상을 되찾았다.

영국 켄트에 사는 여성 헬렌 루이스(43, 도서홍보대행사 직원)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끊임없는 생리와 출혈로 큰 고통을 받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헬렌은 1년 중 총 10주를 빼고는 연중 매일 출혈을 했다. 피가 멈추지 않아 수건으로 몸을 덮고 잤고, 밤에도 20~30분마다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 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가 새어 나왔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했다. 집에 혼자 욕실에 있다가 심한 어지러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 곧 기절할 것만 같았다.

헬렌은 일반의(GP)에게 전화 상담을 요청했다. 일반의는 “팬데믹이나 홈스쿨링(가정학습), 호르몬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리과다출혈(HMB)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출혈을 막기 위해 피임약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이렇다할 효과가 없었다. 이후 또다시 전화 상담을 하고 다른 피임약을 처방받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녀는 “외출을 아예 중단하고 다른 사람의 초대를 거절했으며, 겨우 걸어서 딸(12세)을 학교 모퉁이까지 데려다 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2021년 어느날 헬렌은 출혈을 매우 심하게 하다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갔다. 응급실 담당 의사는 ”단순한 생리과다출혈로 정신을 잃었다”고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설명했다. 그녀는 혈액의 흐름을 막기 위해 혈액응고제를 투여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의료진은 “전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녀는 절망에 빠졌다. 1년 넘게 매주 심한 생리통을 겪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절망에 빠진 헬렌은 응급실을 첫 방문 후 몇 주 만에 다시 찾았다. 그곳에서 자궁내벽을 봉합하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무렵 그녀는 생리량이 너무 많아 30분마다 일어나 생리대를 갈아야 했다.

헬렌은 “산부인과 의사가 빈혈이 심해 수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3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뱃속에 호르몬을 주입한 뒤, 마침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이후 생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이제 걱정 없이 집을 나설 수 있고 밤새도록 잠을 푹 잘 수 있다”고 말했다. 헬렌이 적절한 도움을 받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하지만 훨씬 더 오래 고통을 참고 지내야 하는 사람도 많다. 케이티 잭슨(25)은 11세부터 생리 출혈이 너무 심해 학업과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았다. 그녀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과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극심한 통증으로 웅급실에 실려가는 등 숱한 우여곡절 끝에 약 2개월 전 수술을 받았다. 아직 통증과 출혈 문제가 헬렌처럼 해결되지는 않았다.

생리 과다출혈, 여성 3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겪는 흔한 병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생리과다출혈은 금기시되는 주제이긴 하나, 여성 3명 중 1명이 평생 한번 이상 겪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영국 노팅엄대가 지난 4월 영국 일반진료 저널(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생리과다출혈은 여성의 27~36%에 영향을 미치며, 많은 여성이 생리 기간 중 집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출혈은 정상적인 일상 생활과 인간관계에 큰 지장을 준다. 빈혈로 이어져 숨이 차고 탈모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출산과 관련된 합병증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에든버러대 의대 힐러리 크리츨리 교수(생식의학)는 “비정상적인 생리 출혈은 잘 인식되지 않고 환자들이 이를 잘 이야기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이 ‘생리는 참아야 할 일’이라고 인식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한다. 일부 여성은 출혈이 심하고 일반적인 생리 기간(1~7일)보다 훨씬 더 오래 피를 흘릴 수 있다. 하지만 생리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노팅엄대 연구팀이 41~61세 여성 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리과다출혈을 앓는 여성은 느닷없이 피가 쏟아지는 바람에 침대 시트나 옷, 다른 사람 집의 가구에 피가 묻어 곤혹스러운 일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속적인 출혈로 직장에 출근할 수 없어 실직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학생은 시험 성적을 망칠 수 있고, 성인은 직업과 사회생활 및 남녀 관계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헬렌은 “출혈이 심할 땐 운동도 할 수 없었고, 경련과 출혈 때문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출혈 때문에 모든 업무 미팅을 취소해야 했다.

크리츨리 교수는 “일부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출혈이 더 심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식별 가능하고 때로는 치료할 수 있는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의사가 생리과다출혈을 진단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자궁에서 비정상적인 출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에는 자궁내막의 폴립이 포함된다. 이는 매달 자궁내막의 표면적을 높여 출혈량을 늘릴 수 있다.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을 꼽을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에서 정상적으로 형성되고 생리 기간 동안 매달 탈락되는 조직이 다른 곳에서 자라는 병이다.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과 같은 세포가 자궁 근육에 박혀 매달 분해되는 병이다.

통상적인 생리에도 힘들어하는 여성이 많다. 생리통 때문이다. 생리출혈과다 환자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악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큰 고통이 뒤따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리로 일반 여성은 월 80ml, 생리과다출혈 환자는 월 570ml의 혈액 잃어  

이밖에 혈전(피떡)을 예방하기 위해 먹지만 출혈을 촉진하는 아스피린 등 특정 약물의 복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생리과다출혈은 자궁경부암이나 자궁내막암, 심한 출혈을 일으키는 성병의 징후일 수도 있다.

크리츨리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은 한 달에 약 80ml의 혈액을 잃는 데 비해, 생리과다출혈이 있는 여성은 한 달에 약 568ml(1파인트)의 혈액을 잃을 수 있다. 환자가 7배 이상 더 많은 피를 흘린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상당수가 철분결핍성 빈혈에 걸릴 수 있다. 가임기 여성 5명 중 1명은 생리과다출혈로 빈혈에 걸리지만 여성의 생리에 대해선 묻지도 않고 다른 원인만 조사하는 의료 전문가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철분 보충제, 식단 조절,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피임약 및 피임코일 등 치료에 고려  

생리과다출혈은 임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산후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산후출혈로 매년 전 세계 여성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이란 로버츠 교수(공중보건학)는 “만약 남성의 음낭 내벽이 한 달에 한 번 벗겨지고 생리과다출혈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 세계에서 보건 비상사태로 간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생리 장애와 관련된 빈혈은 모든 임산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는 생리과다출혈 환자에게 시금치를 먹어 철분을 더 많이 섭취하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빈혈은 철분 보충제와 식단 조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이는 모든 여성에게 똑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일부 여성은 생리 시작 때 이부프로펜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는 과다 출혈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에 대항하는 역할을 한다. 피임약과 호르몬 자궁내장치(IUD)인 미레나 코일(장기지속형 피임 코일)도 치료 효과를 낸다. 둘 다 생리 기간 동안 자궁내벽이 두꺼워지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부 환자에겐 수술이 필수적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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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n*** 2023-10-02 11:49:55

      한국의 의료진 한국의 병원 한국의료체계는 세계 최고임을 입증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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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ee*** 2023-09-29 19: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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