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여우원숭이 등 배설물로 ‘당뇨발’ 치료?

난치성 ‘당뇨발’ 치료 가능한 ‘박테리오파지’, 희귀 원숭이 돼지 곰고양이 등 대변에서 발견

멸종 위기에 처한 여우원숭이 대변에서 난치성 ‘당뇨발’을 치료할 수 있는 박테리오파지를 발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우원숭이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대변 속 특정 물질이 당뇨병성족부궤양(당뇨발)을 일으키는 감염성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셰필드대 연구팀은 여우원숭이 등 멸종 위기를 맞은 동물의 대변에서, 치료하기 힘든 당뇨병성족부궤양을 퇴치할 수 있는 ‘박테리오파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그레이엄 스태포드 교수(분자미생물학)는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멸종위기 동물의 대변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감염성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동물의 대변에서 발견된 항균 바이러스를 이용해 발가락, 발, 다리를 잃는 당뇨발 환자의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당뇨병성족부궤양은 혈당 조절이 잘 안돼 발에 궤양이 생기는 주요 합병증이다. 이 합병증을 앓는 환자의 상당수가 발을 잘라내야 한다.

연구팀은 요크셔 야생동물 공원(YWP)의 여우원숭이, 곰고양이(사향고양이과에 속하는 일명 ‘빈투롱’), 기린, 기니원숭이, 비사칸돼지 등 동물의 대변을 이용해 당뇨병성족부궤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당뇨병 환자의 약 25%, 합병증으로 ‘당뇨발’ 앓아…발 절단하는 환자 급증 추세

여우원숭이 등의 대변 속 박테리오파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는 항생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내성 박테리아 종을 죽일 수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만 표적으로 삼아 죽이는 바이러스다. 자연계에서 가장 흔한 생물학적 실체이며 여러가지 약물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를 퇴치한다. 모든 항생제가 실패해도 박테리오파지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데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의 25%는 족부궤양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선 매주 6만~7만5000명이 당뇨병성족부궤양(DFU)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성 박테리아로 인해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매년 약 7000명이 다리 절단 수술을 받는다.

이번 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영국 건강보험공단(NHS)이 연간 약 10억 파운드(약 1조6350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박테리오파지는 일부 패혈증 및 당뇨병성족부감염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 적이 있다.

이 연구 결과(Endangered species’ feces could help fight against diabetic ulcers)는 미국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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