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수영 하루 만에 사망? 살 파먹는 ‘이것’ 조심해야

지구온난화로 병원성 박테리아가 북미와 북유럽 바다까지 북상 중

한때 플로리다와 멕시코만 주변에서 주로 발견되던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새로운 바다를 식민로 개척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에 서식하는 병원성 박테리아가 급증함에 따라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박테리아가 사람의 살을 파먹는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올 여름 미국 뉴욕 지역에서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원인균인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이하 비브리오 해혈증균)’는 따뜻한 바닷물에 서식한다.

이 병원균은 몸에 긁힌 자국이나 베인 상처가 있거나 날조개를 섭취할 경우 인체에 침입하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달 초 의료기관들에게 연안 해역에 다녀온 사람에게서 상처 감염이 발견될 경우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잠재적 원인으로 간주하고 즉각적인 항생제 치료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 병원균에 감염될 경우 하루 만에 사망할 수도 있다.

한때 플로리다와 멕시코만 주변에서 주로 발견되던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새로운 바다를 식민로 개척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제임스 올리버 교수(미생물학)는 “예전엔 노스캐롤라니아주에선 아주 드물게 발견됐으나 이제는 일상적으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버 교수는 올해 3월《사이언틱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논문 저자의 한 명이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88년~2018년 미국 동부에서 연간 비브리오 패혈증균 감염이 10건에서 80건으로 8배나 증가했으며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서식지가 매년 평균 48킬로미터씩 북상했다.

바닷물에 서식하는 치명적 병원균은 비브리오 패혈증균만 있는 게 아니다. 7월초 미시시피강을 따라 친구둘과 함께 7km가량 카약 타기를 즐겼던 에드 훌리한 씨(83)는 닷새 뒤 왼쪽 정강이가 빨갛게 변하면서 오한과 몸살기운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그는 소금기 있는 바다에 서식하는 셰와넬라 조류(Shewanella algae)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고 고열과 패혈증으로 세 차례에 걸쳐 총 26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사람들이 바닷물 속에 상어만 걱정하는데 이 작은 병원군도 무섭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에 발표된 덴마크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바닷물 수온이 낮은 북유럽의 덴마크에서도 비브리오 패혈증균과 셰와넬라조류 감염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0년~2018년 이들 병원균 감염을 조사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매우 높았던 2014년과 2018년 여름에 감염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

이 연구는 나이 든 사람들과 남자, 소년들이 이들 병원균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큰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들이 낚시나 노 젓는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긁히거나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문제는 상처감염보다 귀 감염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몸에 생채기가 없어도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감염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CDC의 전병병학자인 조안 브런카드 박사는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포함한 많은 박테리아는 따뜻한 물에 더 풍부하다”며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데 올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령자,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당뇨병 환자, 간질환자가 이들 병원균에 취약하다면서 “기온이 높을 때는 바닷가나 염분이 많은 강가에 들어가거나 산책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피어싱이나 문신을 한 사람에게도 해당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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