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울면 엄마 모유 잘 나온다?

동물 실험 결과 새끼 울음 소리 어미 뇌 옥시토신 분비 촉진, 양육에도 영향(연구)

아기의 울음 소리가 엄마 뇌를 자극해 모유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생아의 울음이 엄마의 모유 분비를 촉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저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여겼던 이 사실이 과학적 근거를 얻었다.

설치류 대상 실험을 통해 임신과 육아 기간 엄마의 뇌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변화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연구팀은 수십 마리 암컷 쥐의 뇌세포 활동을 조사한 뒤 소리 정보가 뇌의 여러 영역을 어떻게 이동해 젖분비를 촉진하는지를 살폈다.

연구에 따르면 새끼 쥐가 30초 동안 계속 울면 어미 쥐에게서 모유 분비 반응을 조절하는 뇌 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됐다. 옥시토신은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로 자궁 수축과 모유 분비를 돕고 사랑과 유대감을 높이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 생쥐가 울자 소리 정보가 어미 쥐의 뇌 영역 중 시상 후내측핵(PIL)로 전달됐다. 감각정보 중계 역할을 하는 PIL이 다시 호르몬 기능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내 옥시토신 방출 뇌세포에 신호를 보냈다.

보통 시상하부 뇌세포는 모유 낭비를 막는 단백질에 의해 ‘잠긴’ 상태지만 울음소리가 30초 동안 이어져 PIL 신호가 누적되면 억제 단백질을 압도하고 옥시토신 방출을 시작했다. 신호 누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번 연구의 수석 연구원인 로버트 프롬케(Robert Froemke) 미국 뉴욕대 랭곤 신경과학 및 생리학과 유전학 교수는 “뇌가 아기가 실제 거기에 있는지, 그냥 우는 것이 아닌 젖을 먹일 필요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다”라면서 “정말 아기가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제야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는 뇌세포의 문이 열린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자극을 받으면 호르몬 급증이 약 5분간 지속되다 서서히 감소해 새끼가 포만감을 느끼거나 다시 울기 시작할 때까지 젖을 먹일 수 있었다. 또, 옥시토신 증가는 출산 경험이 없는 암컷 생쥐에게는 일어나지 않았고 오직 새끼를 출산한 어미 생쥐에게서만 확인됐다. 또, 어미 쥐의 뇌 회로는 새끼 울음소리를 모방한 컴퓨터 음성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직 새끼의 울음소리에만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뇌의 변화가 양육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미 쥐는 새끼가 정해진 영역을 벗어나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빨리 새끼를 찾아왔다. 하지만 PIL과 옥시토신 뇌세포 간의 통신을 화학적으로 차단하자 어미 쥐는 금방 지쳐 새끼를 찾는 것을 포기했고 차단을 해제하자 다시 새끼를 찾아 돌보기 시작했다.

프롬케 교수는 “우리는 연구를 통해 아기 울음으로 인한 어미 뇌의 변화가 모유 분비를 촉진함은 물론 어미 쥐가 지쳤음에도 계속 새끼를 주시하고 돌보는 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옥시토신 방출 원리를 알면 모유 수유를 원하지만 수유에 어려움을 겪는 산모에게 해결책을 제공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였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대 랭곤 보건대학원 소속 관계자는 “이 연구가 청각 등 감각적 경험이 어미의 옥시토신 뇌세포를 직접 활성화할 수 있음을 알려주기는 하나 동물 연구가 항상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프롬케 교수도 이번 연구가 모유 수유 자체를 관찰한 것이 아니라 수유를 촉진하는 호르몬 방출만을 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연구 결과가 과학자들에게 이러한 작동 원리가 인간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로드맵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에 게재됐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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