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혈액암 다발골수종, 재발 환자에 맞춤 치료법은

서울아산병원 조형우 교수 "2차 이상 치료, 약제 조합이 중요"

골수암 세포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9월은 ‘혈액암 인식의 달’이다. 백혈병, 림프종, 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의 인식 개선을 위해 미국 백혈병 및 림프종 협회(The Leukemia & Lymphoma Society)가 제정했다.

여기서 3대 혈액암으로 불리는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의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치명적인 희귀질환이다. 체내 면역장애를 비롯해 조혈장애, 신장장애, 고칼슘혈증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최근 발표된 2020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16~2020년 기간 남녀 전체 50.7%를 기록해 1993~1995년 23.7% 대비 두 배 이상의 개선된 결과지를 보고했다. 이러한 수치는 유방암(93.8%)이나 위암(78.0%) 등 주요 암종의 5년 상대생존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환자의 생존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일단 다발골수종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로는 재발이 빈번하다는 질환 자체의 특징이 거론된다. 실제로 다발골수종은 치료를 통해 암세포가 없어지는 완전 관해 상태에 도달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

더욱이 치료 차수를 거듭할 수록 약물 치료에 반응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며, 특히 3차 치료까지 넘어갈 경우 반응률은 3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다발골수종 임상 현장에서는 재발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서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던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조형우 교수는 “다발골수종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2차 이상의 치료를 경험하게 된다”며 “초기 치료 차수에서 다음 재발이 일어나기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치료의 핵심 목표로 잡힌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발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첫 번째 재발 시의 치료 효과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하게 된다”며 “2차 치료에서 최적의 치료제 조합을 놓고 의료진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서 최적의 치료법으로 평가받는 것이 ‘KRd’ 3제 병용 전략이다. 이는 ‘키프롤리스’(K), ‘레날리도마이드'(R), ‘덱사메타손'(d)의 세 가지 약물을 섞어쓰는 항암치료 전략을 말한다. KRd 요법은 기존 2제 병용요법인 ‘Rd 요법’에 비해 암이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생존하는 무진행생존기간을 8개월 이상 연장시켰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키프롤리스는 암세포 내 프로테아좀을 억제함으로써 종양세포 내 이상 단백질의 축적을 유도하고 암세포의 사멸을 일으키는 통합적인 작용을 한다. 프로테아좀은 불필요하고 손상된 단백질을 분해해 암세포의 기능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키프롤리스는 에폭시케톤(epoxyketone) 구조를 통해 선택적이고 비가역적으로 프로테아좀을 억제해 효과를 나타낸다.

KRd 요법의 치료 효과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검증을 받았다. 키프롤리스의 허가 임상인 ASPIRE 연구 결과, 생존기간 연장 효과와 치료 반응률을 눈에 띄게 개선시킨 것이다. KRd 요법은 기존 치료법인 Rd 요법에 비해 무진행생존기간(연구의 1차 평가변수)을 8.7개월 연장시키며 총 26.3개월을 달성했다. 2년째 전체생존율 역시 73%로 Rd요법 65%보다 높았다.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ASPIRE 연구의 하위 분석에서 KRd 요법은 47.3개월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및 29.6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달성했다. 이는 Rd 요법에 비해 각각 11.4개월, 12개월을 연장한 수치로, 초기 재발 치료에서 KRd 요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교수는 “KRd 요법은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일관된 효과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빠른 증상 호전 효과로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도 치료적 혜택이 크다는 임상근거들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발골수종 분야에는 현재 많은 치료 옵션이 등장했지만, KRd 요법은 생존기간 개선 혜택과 삶의 질, 급여 혜택 등을 고려해 여전히 다양한 양상의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권고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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