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면 착한 음주? 지난밤 일 기억 안 난다면 위험

알코올성 치매로 악화하면 뇌 기능·구조 모두 문제

과음이나 습관적 음주는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음주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잣대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이 본인의 음주 상태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자칭 ‘애주가’ 남성 20명에게 자가진단표를 통해 자신의 음주 습관에 대해 검사를 한 결과, 정상음주군에 해당한 사람은 13명(65%)이었고 5명(25%)은 위험음주군, 2명(10%)은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알코올 남용 또는 알코올의존증)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배우자 20명에게 남편의 음주 습관을 따져 보도록 해보니, 정상음주군이 45%(9명)에 불과했고 위험음주군은 40%(8명)로 조사됐으며,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이 15%(3명)로 나타났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또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음주 문제를 부정하고 축소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과음이나 습관적 음주는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술) 과다 섭취로 인해 우리 뇌의 기억 전반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길 뿐 구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뇌 손상이 반복되면 뇌가 쪼그라들고 뇌 중앙에 자리한 뇌실이 넓어지면서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하게 된다.

블랙아웃·폭력성, 알코올성 치매 전조 증상

그런데 간 기능이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술을 잘 이겨내기 때문에 자신의 알코올성 치매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은 혈관을 통해서 우리 몸에 흡수되는데 뇌는 혈류 공급량이 많아서 다른 장기에 비해 손상되기 쉽다.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블랙아웃’이다. 소위 “필름이 끊어졌다”고 표현되는 블랙아웃은 유도성 기억장애로, 음주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지난밤 일들이 가물가물하고 어떻게 귀가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뇌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다는 증거이다. 처음에는 블랙아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로 악화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의 또 다른 증상은 폭력성이다.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은 술을 섭취하면 가장 먼저 손상된다. 알코올성 치매가 노인성 치매와 달리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도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의 증상 중에는 단기 기억장애가 있다. 술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2~3일 전에 있었던 일 등 근래에 발생한 사건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심할 경우 하루 전에 있었던 일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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