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다 무의식적 성관계”…이게 수면장애라고?

성폭력·본인과 주변 사람 부상 등 위험 도사려… 각종 ‘사건수면’ 치료 지침 시급

수면성행위(sexsomnia)는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수면장애다. 극단적인 경우 강간 등 각종 성폭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성관계를 갖거나 음식을 먹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는 수면장애인 ‘사건수면(Parasomnias)’에 대한 뚜렷한 치료 지침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1909~2023년 발표된 ‘사건수면’ 관련 논문 72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제니퍼 문트 조교수(신경학)는 “대부분의 수면장애에는 근거에 기반한 최상의요법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친 치료 지침이 있으나 사건수면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수면은 본인과 주변 사람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면장애 가운데 ‘사건수면(Parasomnias)’이라는 기이한 장애가 있다. 잠을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몽유병(수면보행증)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잠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벌떡 깨어나는 증상(야경증), 끔찍한 악몽과 잠꼬대, 꿈 속 장면을 실제 행동에 옮겨 험악한 손짓 발짓을 하는 렘수면장애, 잠을 자다 일어나 음식을 많이 먹는 수면장애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몽유병은 4~8세에 시작되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걸어다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심하면 자동차를 운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자신의 행동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또 ‘수면성행위(sexsomnia)’는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수면장애다. 극단적인 경우 강간 등 각종 성폭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좀비처럼 걷고 있는 몽유병 환자. 잠결에 성관계를 갖는 등 다양한 ‘사건수면’ 환자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비렘(NREM, 비급속 안구 운동) 단계 ‘사건수면’ 장애의 치료에 대한 첫 ‘체계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논문 72편 가운데 상당수가 사례 보고이거나 통제되지 않은 임상시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지 행동치료, 최면, 수면 위생,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기 전에 환자를 깨우는 것 등이 치료 효과에 대한 증거가 꽤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렘(NREM, Non-Rapid Eye Movement) 수면은 급속안구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다. 얕은 잠에서 깊은 잠까지 4단계로 나뉜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각성 상태(깨어난 상태)에서 엉뚱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은 급속안구운동이 일어나는 상태로 ‘꿈을 꾸면서 자는 수면’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선 심박동과 호흡이 불규칙하다.

연구팀에 의하면 수면장애 중 ‘사건수면’ 환자는 자신이 지난밤에 어떤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는지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아주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그들은 자신이 부상을 입은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부엌에 식품 포장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자신의 수면폭식증을 짐작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밤중 행동을 찍은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다. 무의식 중 창문, 거울, 벽에 주먹을 날려 상처를 입고 응급실에 실려 온 사람도 있다. 잠자다 일어나 특정 약을 엄청나게 많이 먹어 다음날 두통, 복통 등으로 고통받기도 한다.

뇌는 짜고 달고 기름진 간식 등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불편함을 느끼거나 몸무게가 많이 늘어나는 사례도 있다. 치즈 한 블록을 통째로 먹는 환자가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사건수면’의 평생 유병률은 몽유병(수면보행증) 6.9%, 악몽 및 공포감(수면공포증) 10%, 혼란각성증(침대에 누워 있을 때 혼란 느낌) 18.5%, 수면성행위(sexsomnia) 7.1%, 수면폭식증 4.5% 등으로 추정된다. 평생 유병률은 개인이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겪을 수 있는 확률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몽유병, 수면공포증, 혼란각성증 등은 어린 시절에 비교적 많이 나타난다. 청소년기가 되면 이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 수면폭식증은 일반적으로 성인기에 시작된다. 문트 조교수는 “담당 의사는 부모에게 ‘자녀가 사건수면 장애에서 곧 벗어날 것’이라고 안심시키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건수면’ 환자에게는 반드시 약물이 아니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게 하는 표준적인 치료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행동치료의 효과를 결정하기 위해선 무작위 대조시험이 뒤따라야 한다.

이 연구 결과(Behavioral and psychological treatments for NREM parasomnias: A systematic review)는 ≪수면의학(Sleep Medicine)≫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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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01*** 2023-12-25 09:01:44

      누가 먼저 시작하냐에 따라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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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3-09-19 09:03:27

      수면쟝애 아주 고약한 병 이군요.치료제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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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 2023-09-19 01:56:27

      좋은 정보라서 제 블로그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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