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알약 못삼켜요”… 고령층 약 제형 다른 건 없나

알약 복용 어려운 고령층... 노인 친화 약품 시장, 10조 원 이상 규모

고령층의 27%가 알약을 삼키기 힘들어 결국 복용을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령층의 27%가 알약을 삼키기 힘들어 결국 복용을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알약 형태를 넘어 고령층도 복용하기 쉽도록 다양한 형태(제형)의 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차의과학대 약대 손현순 교수 연구팀은 만 65세 이상 노인 421명을 대상으로 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알약 복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알약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고령층은 전체 응답자의 34.9%에 달했다. ‘약간 그렇다’는 29.2%, ‘매우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5.7%였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23%가 가끔 약물 복용을 포기했고, ‘자주 복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8% 수준이었다.

특히 △소화기나 신경퇴행성 질환이 있는 경우 △하루 복용 알약 수가 많은 경우 △앓고 있는 만성질환 수가 많을수록 약물 미복용 경험이 많았다.

고령층도 복용하기 쉬운 형태의 약품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전체 응답자의 64.1%(약간 그렇다 43.7%, 매우 그렇다 20.4%)가 알약 제형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51.8%는 추가 비용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기존 약물보다 40~60%의 추가 비용까지도 부담하겠다는 응답자 역시 전체의 20%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알약’이라고 고형 경구약물은 분말 형태의 원재료를 압축해 제조한다. 제조법이 간단하고 투약량을 정확히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다만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자는 삼킴(연하)장애를 겪을 수 있기에 알약 복용이 쉽지 않다. 구강건조나 위‧식도역류 등 소화기질환자 역시 복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약계에선 ‘복약 순응도’를 개선해 약물을 다양한 형태로 제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복약 순응도란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가 정확하게 복용하고, 의사‧약사‧간호사 등 전문 의료인의 충고나 지시를 따르는 정도를 의미한다.

노인 친화형 제형… 짜먹고 녹여먹고 다양하게 출시돼야

이와 관련해 각 제약사 역시 ‘노인 친화적 제형’을 개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약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짜 먹는 감기약’이 대표적이다. 액상 시럽 형태로 제조하고 스틱형 파우치로 포장한 것이다. 이 외에도 차와 같이 마시거나 사탕처럼 녹여 먹는 형태의 감기약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 의약품에서도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골다공증치료제를 액상 시럽 형태로 출시하거나 소량의 물에 녹여 마시는 발포제 형태로 출시한 사례가 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얇은 필름처럼 생긴 종이를 혀에 대고 녹여서 흡수시키는 ‘필름형’이나 입안에서 빨리 녹고 물 없이도 복용이 가능한 ‘과립형’ 제품도 출시됐다.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은 국내의 노인 친화 약물의 시장 규모를 2020년 기준 약 9조 8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2010년대 이후 연평균 10.2%씩 성장한 규모다.

손현순 교수는 “노인 친화형 제형에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먹기 좋은 약제의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신제형 개발에 대해 의료계의 요구와 제약사의 기술 개발 투자, 정부 기관은 장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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