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70살 넘어 잡으면 안되나요?

"개인마다 차이 커…나이 기준으로 획일화 하는 것은 위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 많은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을 독려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충북 옥천군은 운전면허 자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주는 지원금을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대전시도 내년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에 따른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고령층의 이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이와 운전, 유의미한 연관 있을까 

안전한 운전을 위해서는 제동 및 조종 등 동시다발적 대응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판단력, 주의력 및 정신 집중, 빠른 반응 속도, 충분한 힘과 운동범위, 좋은 시력 및 청력, 다리와 발의 정상적 감각 기능 등이 필수적이다.

다만 노화가 진행될 수록 이 같은 능력은 일정 정도 손상이 된다. 반응 시간은 물론이고 시각, 인지 능력에도 변화가 생기는 탓이다. 또한 고령자들은 특히 집중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체력이 고갈되거나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만약 질병을 앓는 경우라면 상황은 더 안좋아질 수 있다. 당뇨병이 있는 운전자의 혈당 수치가 너무 높아지거나 너무 낮아질 경우 명확한 사고, 주의력, 정신 집중, 시력 및 발의 감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뇌졸중 또는 소위 미니 뇌졸중(일과성 허혈 발작 또는 TIA)은 반응 속도를 늦추고 근쇠약을 일으키며 시력 악화 및 신체 조정력 감소를 유발한다. 최근 심장마비를 겪었다면 실신 또는 가벼운 실신성 어지럼증을 경험할 위험도 높아진다. 

고령층에게 흔히 발생하는 관절염은 관절 통증 및 경직을 유발하여 운동 범위를 제한하고 차량 통제능력을 방해한다. 시력 문제에 있어 녹내장과 황반 변성은 해질녘이나 야간 운전 시 문제가 된다.

지난해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와 4년치 보험사 질병자료(2017~2020년)를 분석해 70세 이후부터가 교통사고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특히  80세 이후부터는 교통사고 위험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동안 교통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23개 질환을 분석해 보면 평균적으로 67~72세 사이에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퇴행성근시, 조울증, 정동장애, 조현병, 치매는 70~72세에 발병률이 높았다.

발달한 의료 및 자동차 기술로 많은 부분 보완 가능

다만 최근에는 의료 기술은 물론 자동차 기술 발달로 고령자 운전이 이전보다는 쉬워졌다. 많은 고령자들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한다. 앞서 언급된 질병들의 경우도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운전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일부 약품은 시력, 신체 또는 정신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다면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며칠 동안 운전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항발작제, 항구토제, 항히스타민제, 항정신병제를 비롯해 녹내장, 파킨슨병 치료제 등은 유의해야 하는 대표적 약물들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자동차 기술도 고령 운전자에게 희소식이다. 주차 보조시스템을 비롯해 주행속도 유지장치, 주행 안정성 제어 장치 등 다양한 장치가 고령 운전자들을 도울 수 있다. 자율주행기술이 고도화할 경우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은 더욱 쉬워질 수 있다.

현재 운전면허 갱신시 이수하는 교통안전 교육 대상 연령은 75세이며, 갱신 주기는 3년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영국은 70~79세에게 3년마다, 80세 이상은 매년 시행 중이다. 호주는 75세 미만은 5년, 75세 이상은 1년마다 시행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65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운전면허 반납 기준을 나이로 획일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 교수는 “나이만을 기준으로 면허 반납을 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운전은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을 포괄한다. 사람의 전반적인 인지기능 평가도 국가 검진에서 이뤄져야한다. 이게 이뤄지면 전반적으로 운전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운전위험군을 선별한 뒤 운전능력 검사 받게 하고, 면허 반납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능력 측정을 하는) 시뮬레이터 연구도 있다. 전반적 신체기능이나 보행속도에 따라서 반응능력 달라지기도 하고 인지기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인지기능도 기억력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집행능력(판단하는)도 포함된다. 운전능력을 몇 살 되면 반납해야 한다는 기준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면허 반납을 독려할 경우 필수적인 이동권을 제약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100세가 되더라도 신체와 인지기능 좋으면 운전이 가능하니 무조건 나이만 보고 인지기능 떨어지기 때문에 운전하면 안 된다라는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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