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장난감에 든 ‘이것’… 남자아이 발달 늦춰

플라스틱가소제 '프탈레이트'...임신때 노출되면 남아 행동 및 정서 발달 영향

임신 초기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노출 정도가 높으면 남자 아기 사회성 발달이 더뎌지고 우울 정도가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너무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첨가물이 어린 남자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란의 주인공은 플라스틱 가소제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다.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HealthDay)’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연구팀이 임신 시 프탈레이트 노출 정도가 높으면 남아의 정서 및 행동 발달 속도가 저하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임신 11~18주 여성의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부산물 수치를 확인하고 이들이 출산한 아이가 만 2세가 되었을 때 발달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임신 초기 높은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수치를 보인, 즉 프탈레이트에 많이 노출된 엄마가 출산한 남아의 경우 개인 및 사회 발달 부분 점수가 낮았다.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기술 발달이 느렸다는 뜻이다. 또한 정서적 반응성, 불안 및 우울증 정도 등에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불안감이 원인일 수 있는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여아의 경우 DEHP 등의 수치가 발달에 눈에 띄는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프탈레이트가 남아의 정서 및 행동에 잠재적인 영향이 있음을 확인했고 임신부 등이 유해 화학물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하는 조치와 더 나은 환경 제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높이는 근거 하나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드대에서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프탈레이트 노출 정도가 심한 아이의 행동 및 인지 발달이 느려질 수 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내분비계 교란하는 ‘프탈레이트’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프탈레이트가 어디에나 흔히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라는 점이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로 화장품, 장난감, 비닐 바닥재, 윤활유는 물론 비누, 샴푸 등에도 사용된다. 프탈레이트는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모노에틸프탈레이트(MEP),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이 중에서 DEHP가 4분의 1을 차지하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태반을 통과하는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로 태아에게 흡수되면 여성 호르몬을 모방 혹은 차단하고 남성의 성 발달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간, 콩팥, 혈액 등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으로 자궁근종, 호흡기 질환, 정자 DNA 파괴, 임산부의 조산과 유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로 음식 포장이나 생산 과정에서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음식을 먹는 방식으로 체내로 흡수된다. 환경에 잔류하는 특성 때문에 지하수, 강은 물론 음용수 등에 남기도 하며 어린아이의 경우 PVC 소재의 장난감을 입으로 물고 빨면서 프탈레이트의 영향을 받는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 및 사용과 관련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운 이번 연구는 《신경독성학(Neuro Toxicology)》 저널 9월 호에 게재됐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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