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년 시차 두고 한국-미국 ‘오진율’ 충격파 일렁

서울대 의대 내과 “14.4%”(1984년) vs 존스홉킨스대 의대 “11.1%”(2023년)

의료과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모든 의사는 정확한 의료 기록의 유지, 치료 전후 환자와 보내는 시간 늘리기, 퇴원 후 환자와의 원활한 소통 유지와 신속한 문제 발견 및 해결 등 세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대병원 오진율, 14% 넘는다”

1984년 11월, 대한민국은 이 같은 언론 보도 내용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로 봉직하던 고 이문호 박사(1922~2004)의 오진율 공식 발표에 전국이 들끓었다. 의사들은 “아니, 오진율이 그 것밖에 안된다고?”라며 깜짝 놀랐다. 반면 대다수 국민은 “한국 제1의 서울대병원 오진율이 그렇게 높다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23년 8월, 미국도 존스홉킨스대 의대가 최근 내놓은 “평균 오진율, 11.1%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드페이지투데이(Medpagetoday)’는 ‘우리의 높은 오진 수치는 썩 충격적이지 않다’라는 역설적인 제하의 칼럼을 실었다. 기고자는 법률자문 기업 ‘에스콰이어 디지털’의 수석 법률분석가이자 뉴스 포털 ‘오늘의 에스콰이어(Today’s Esquire)’ 편집장인 아론 솔로몬이다.

그는 오진 즉 의료과실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의학기술의 복잡성,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의 긴장감, 의료진의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부족, 응급실의 진단 오류, 의사도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 등을 꼽았다.

숱한 의료과실 사례를 목격해 온 그는 의료과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모든 의사가 취해야 할 조치 세 가지를 제안했다. 이들 조치에는 정확한 의료 기록의 유지, 치료 전후 환자와 보내는 시간 늘리기, 퇴원 후 환자와의 원활한 소통의 유지 신속한 문제 발견 및 해결 등이 포함됐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암스트롱연구소 ‘진단우수성센터(Center for Diagnostic Excellenc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79만5000명이 오진으로 큰 피해를 입는다. 오진으로 37만1000명이 사망하고 42만4000명이 영구 장애를 입는 것으로 추산됐다.

플로리다주 의료과실 전문 변호사 그렉 야파는 “의사가 된다는 것은 다양한 병의 미묘한 차이와 영향을 이해하고, 올바른 진료 계획을 환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의 복잡성과 의사가 표준 치료에서 벗어날 때 잘못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의료과실의 원인 가운데 의료진의 잘못된 의사소통은 오진, 투약 오류, 예방 가능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요한 정보 교환이 끊어지면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사소통 격차 해소는 단순한 직업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책임감,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를 바라는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응급실 진단 오류의 결과도 심각하다. 응급실에선 오진, 특히 진단 오류로 매년 수십만 명이 숨진다.  응급실에서 자주 오진하는 주요 질병 5가지는 뇌졸중, 심장마비, 대동맥류 및 대동맥 박리, 척수 압박 및 손상, 정맥 혈전 색전증 등이다.

의사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나 오진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진료 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의료진 간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첨단기술을 적절히 이용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서울대병원 내과 오진율은 1966~1970년 29·7%, 1972~1976년 17·2%, 1977~1981년 14·4%였다. 이후엔 오진율 발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고 이문호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정년 퇴임(1988년)한 뒤 서울아산병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그는 당시 중앙일간지에 쓴 기고문을 통해 “오진을 막고 정확한 진료를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부검이다. 부검을 해야 오진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종합병원의 부검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독일의 부검률은 거의 100%에 가까웠고 일본도 약 80%나 됐다. 우리나라는 신생아를 포함해 약 5%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검률 통계도 최근엔 찾아보기 힘들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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