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에 사는 미생물로 암 조기진단 가능할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세포에 서식하는 특정 미생물 정보를 토대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생물 기반 암 검사법의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 임상시험의 근거가 된 3가지 주요 논문이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서 그 가능성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일부 미생물이 암 발생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예는 세포를 감염시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또 특정 박테리아 균주는 장과 위와 같은 기관에서 다른 암을 유발한다.

그러다 최근 몇 년간 기술 발달로 인해 암세포에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이 놀랍도록 풍부하게 서식한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암세포에서 DNA 조각을 추출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또 컴퓨터로 그 유전물질이 인간 세포에서 나온 것인지 다른 종에서 나온 것인지 구별해내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이뤄진 결과였다.

그 첫 번째 논문은 2019년 《네이처》에 발표된 췌장암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한 미국 뉴욕대(NYU) 의대 연구진의 연구결과다. NYU 연구진은 췌장암 종양에서 몇 가지 다른 종의 DNA조각을 발견하고 이들 곰팡이가 암의 성장을 돕는다 결론을 내렸다.

미국 듀크대 의대의 피터 앨런 교수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에 고무 받아 췌장암 종양 140개를 조사했다. 하지만 곰팡이를 포함한 미생물의 DNA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앨런 교수 연구진은 NYU연구진이 공개한 데이터를 분석했으나 눈에 띄는 양의 곰팡이 DNA를 찾을 수 없었다. 앨런 교수 연구진은 이런 연구결과를 지난 2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NYU 연구진은 이에 반발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디팍 삭세나 교수는 올해 8월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일본 도쿄의과치과대 연구진의 논문도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180명의 췌장암 환자 중 78명의 췌장 종양에서 곰팡이를 발견했으며 곰팡이가 포함된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수술 후 3년 안에 사망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2020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와이즈만 연구진은 7가지 암 유형 1500개의 종양을 조사한 결과. 각 종양 유형별로 고유한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유방암에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자크 니예프예스 교수(미생물학)와 동료들은 129개의 유방암 샘플을 수집해 와이즈만 연구진의 방법을 적용했지만 암세포 내부의 박테리아를 단 한 건도 검출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 요약문을 올해 1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들은 와이즈만 연구진이 발견한 박테리아는 감염의 부산물에 불과하며 실제로 유방암 종양의 정상적인 부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와이즈만 연구의 리더인 라비드 스트라우스만 연구원은 추가 연구를 수행한 결과 “암세포에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라이덴대 연구진의 실험에 대한 세부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번 째 논문은 2020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연구진의 연구결과다. 연구진은 미국 정부가 구축한 암세포 DNA 데이터베이스인 ‘암 게놈 애틀라스’를 토대로 18000개의 종양에서 미생물 DNA를 식별하도록 인공지능을 훈련시켰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미생물의 독특한 조합을 기반으로 33가지 유형의 암을 인식하는 방법을 학습했다고 보고했다.

9일 《미생물 유전체학(Microbial Genomics)》에 연구서한 형식으로 발표된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그에 대한 반론이다. UCSD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신 종양에 서시가하는 바이러스는 주로 멕시코만의 새우만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였고, 방광암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해조류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넌센스”라는 지적이었다.

“암세포 서식 미생물은 오염의 결과(?)”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DNA서열 분석 전문가인 스티븐 살츠버그 교수는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과 손잡고 UCSD 연구진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 오류를 지적하는 논문을 사전논문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했다. 살츠버그 교수는 이 논문이《엠바이오(mBio)》에 채택돼 정식 게재될 예정이라면서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를 발견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종양에서 미생물 DNA를 식별하려면 먼저 가능한 한 많은 인간 서열을 제거해야 하는데 UCSD 연구진이 일부 인간서열을 남겨두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 또 인간 DNA와 미생물 DNA를 비교하며 일치하는 부분을 찾을 때 데이터 중 일부가 인간 DNA로 오염되어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간 암세포의 DNA가 해조류 미생물의 DNA와 유사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UCSD 연구진을 이끄는 롭 나이트 교수는 더 많은 인간 DNA를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고 매우 엄격한 검사를 거친 DNA를 가진 박테리아만 적용대상으로 삼았다고 반박했다. 나이트 교수는 2019년 미생물 발견을 기반으로 암 검사를 개발하기 위해 마이크로노마(Micronoma)라는 스타트 업체를 공동 설립해 지금까지 175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마이크로노마는 지난 1FDA로부터 폐암 검사에 대한 ‘획기적 기기’ 지정을 받아 2024년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노마의 최고 경영자인 샌드린 밀러몽고메리는 박사는 “이러한 비판이 우리 회사의 계획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 쾰른대의 스벤 보르흐만 교수는 학술적 검증을 신중히 거치지 않고 서두러 임상시험에 돌입했다면서 “이해보다는 응용에 너무 빨리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흐만 교수는 나이트 교수 연구진이 최근 외부 비판을 이겨낼 만한 미생물 여러 종을 발견했다면서 “각론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총론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진 마 교수(컴퓨터생물학)도 세 논문에 대한 새로운 비판이 수년 동안 수집된 증거의 전반적 흐름을 바꾸진 못한다며 미생물이 종양에 존재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표준이 될 도구 세트를 찾기 위한 시행착오의 일환이라는 것.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아르투로 카사데발 교수(미생뭏학)는 오히려 ”이러한 의견 불일치가 혁신적 과학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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