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착 감긴다옹!” 고양이가 참치에 환장하는 이유

단맛 쓴맛엔 둔해도 참치에 특화한 감칠맛에 반응하도록 진화

고양이가 좋아하는 최적의 감칠맛이 참치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가 참치라면 환장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고양이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더불어 인간이 느끼는 5대 미각 중 하나인 감칠맛 감각수용체가 발달했는데 특히 참치에 함유된 감칠맛에 잘 반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화학 감각(Chemical Senses)》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야생에서 잡히는 참치의 6% 이상이 고양이 사료로 사용된다. 1만 년 전 중동의 사막에서 진화한 고양이가 왜 참치를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영국의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 ‘마르스 펫케어(Mars Petcare)’ 산하 ‘월섬 펫케어 과학 연구소(Waltham Petcare Science Institute‧WPSI)’ 연구진은 그 수수께끼 풀기에 나섰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독특한 미각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는 설탕을 감지하는 핵심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간이나 개와 달리 단맛을 못 느낀다. 연구를 이끈 WPSI의 스콧 맥그랜 감각연구팀장은 육류에 설탕이 없기 때문에 진화론의 용불용설에 따라 단맛을 느끼는 감각이 둔화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양이는 또한 대부분의 초식동물처럼 쓴맛 수용체가 적기에 인간보다 쓴맛에 둔감하다.

그렇지만 고양이도 맛을 볼 줄 안다. 그렇다면 고소한 고기맛에 반응하기 위해 감칠맛에 대한 감각이 발달했을 것이라고 맥그랜 팀장은 추론했다. 인간과 다른 많은 동물의 경우 감칠맛을 감지하도록 미뢰에 작용하는 2개의 유전자가 있다. Tas1r1과 Tas1r3이다. 고양이의 경우 이중에서 Tas1r3 유전자가 미뢰에서 발현한다는 종전 연구가 있었다.

맥그랜의 연구진은 그 외에도 다른 요소가 작용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래서 건강상의 이유로 6살 나이에 안락사한 수컷 고양이의 혀 부위를 떼어내 조직검사를 실시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고양이의 미뢰에는 Tas1r1과 Tas1r3 유전자가 모두 발현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양이가 감칠맛을 감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분자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그러나 해당 유전자를 암호화는 단백질 서열에서 인간과 고양이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고양이의 경우 감칠맛을 활성화하는 주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2개 부위에서 인간과 다른 돌연변이가 발생했음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세포 표면에 고양이 감칠맛 수용체를 생성하도록 세포를 조작한 다음 다양한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티드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고양이 감칠맛 수용체가 인간의 그것과 다른 방식으로 감칠맛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사람은 아미노산이 먼저 결합하고 뉴클레오티드가 반응을 증폭시킨다. 반면 고양이는 뉴클레오티드가 먼저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아미노산이 이를 강화했다. 맥그랜 팀장은 “사람의 경우와 반대로 작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의 마지막 단계로 고양이 25마리를 대상으로 미각 테스트를 실시했다. 다양한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티드가 조합된 물과 그냥 물만 담긴 2개의 물그릇을 고양이들에게 제공했을 때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분자가 포함된 그릇에 대한 강한 선호가 관찰됐다. 감칠맛이 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맛임을 시사하는 결과였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감칠맛은 일반적 감칠맛과 달랐다. 고양이들은 참치에 특히 많이 함유된 히스티딘(아미노산의 일종)과 일인산이노신(뉴클레오티드의 일종)이 들어있는 물그릇을 특히 선호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최적의 감칠맛이 참치에서 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논문을 검토한 일본 메이지대의 토다 야스카 교수(분자생물학)는 “반려동물의 선호도를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연구로 특히 고양이를 위한 더 건강한 식단과 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감칠맛에 대한 포유류와 조류의 진화를 연구해온 그는 개의 경우는 사람처럼 단맛과 감칠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반면 고양이는 감칠맛에만 반응하기에 입맛이 더 까다롭다는 통념이 형성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의학과 학생시절 토다 교수의 개인적 체험과도 일맥상통했다. 식욕이 없는 고양이에게 사료를 줄 때 감칠맛 조미료로 참치와 비슷한 맛을 내는 가다랑어포 가루를 뿌려주자 바로 식욕을 되찾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럼 1만 년 전 사막에서 진화한 고양이가 왜 생선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의 피오나 마샬 교수(동물고고고학)는 인간과 함꼐 살면서 생긴 변화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원전 1500년경 그려진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고양이가 생선을 먹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아마도 어부들이 남긴 생선을 먹기 시작한 고양이들이 생존경쟁에서 더 유리해지면서 감칠맛에 대한 독특한 진화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cademic.oup.com/chemse/advance-article/doi/10.1093/chemse/bjad026/7238703?login=fals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