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밭일하는 어르신, 인지력 ‘뚝’ 떨어진다

1년 2주 이상 폭염에 지속 노출되면 늙어서 급격한 인지력 저하 보여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기억력, 추론 및 판단력과 같은 중요한 정신 능력인 인지 기능이 더 가파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폭염이 노인의 정신 기능, 특히 기억력, 추리력, 판단력에 타격을 준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역학 및 지역사회 건강(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발표된 미국 뉴욕대(NYU)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12년 동안 반복적으로 인지 테스트를 받은 50세 이상의 미국 성인 9448명의 인지력과 정부 데이터베이스의 기온 데이터를 토대로 한 폭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참가자의 약 17%는 1년에 평균 2주 이상 폭염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기억력, 추론 및 판단력과 같은 중요한 정신 능력인 인지 기능이 더 가파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염에 노출됐을 때 그로부터 보호될 경제적 여견이 부족한 흑인 노인과 빈곤지역 노인의 인지기능이 훨씬 빠르게 떨어졌다.

폭염에 많이 노출된 흑인의 경우 65세에서 85세 사이에 인지 점수가 4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비해 폭염에 덜 노출된 흑인 성인의 경우는 32% 감소가 예상됐다. 마찬가지로, 폭염에 많이 노출되는 가난한 동네 노인은 37% 감소가 예상된 반면 폭염 노출이 덜한 저소득층 노인은 29% 감소가 예상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NYU 글로벌 공중보건대의 최은영 박사후 연구원은 폭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인지력이 떨어지는 원인을 몇 가지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폭염의 직접적 영향이다. 극심한 더위는 단기간에 정신 능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 또 장기간 노출되면 염증을 촉진하고 뇌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간접적 영향도 있다. 고혈압, 당뇨병 및 심장병을 포함한 특정 심혈관 및 대사 질환은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기에 인지 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극심한 더위는 이러한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도 폭염은 잠을 자거나 운동이나 사회 활동을 위해 집을 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노인의 인지능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저소득층과 흑인이 더 큰 영향을 받는 이유는 뭘까? 최 연구원은 나이나 질병으로 인해 뇌 조직을 변화시키기 시작할 때 그에 적응하면서 인지기능을 보존하는 ‘인지 예비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과 흑인 노인의 경우 만성 스트레스와 교육 및 취업 기회 감소 등으로 인해 인지 예비력이 낮은 상태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빨리 침식될 수 있다는 것. 폭염과 같은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은 이를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더위와 인지 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줄 뿐이며, 그 원인을 극심한 기온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또 폭염의 영향과 일상적 삶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럼에도 비영리단체인 참여과학자연맹(UCS)의 수석 기후 과학자 크리스티나 달 박사는 이번 연구가 누적된 폭염 노출을 장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와 연결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령 연구가 더욱 촉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 극심한 더위에 노출되고 있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냉방서비스 제공과 야외에서 힘들게 일하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과 물이 공급되는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ech.bmj.com/content/early/2023/08/04/jech-2023-22067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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