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지도’의 마지막 미스터리 풀렸다

마지막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Y염색체 염기서열 해독 완료

그동안 밝혀지지 않는 3000만개 이상의 염기쌍 서열을 추가해 Y염색체를 구성하는 6246만29쌍의 염기 서열을 모두 해독해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간 남성의 성염색체인 Y염색체의 염기서열이 완전히 해독됐다. 이로써 인간 염색체 24종 전체의 염기서열 해독이 완료됐다. 23일(현지시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국제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20년 전인 2003년 인간 게놈 지도가 발표됐다. 게놈은 DNA 유전 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22쌍의 상염색체와 X염색체 또는 Y염색체로 이뤄지는 1쌍의 성염색체 상에서 DNA를 구성하는 A·G·C·T 네 가지 염기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밝혀냈다는 소리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선 완성되지 않았다. 24종 염색체 모두의 서열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특히 염색체 중 가장 작은 Y염색체(X염색체의 10분의 1크기)의 경우 그 서열의 절반 이상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책 읽기를 예로 들어 이 문제를 설명했다. 책에 적힌 텍스트가 모두 고유하다면 긴 텍스트 조각을 조립해 똑같은 책을 복제하는 것이 쉬어진다. 하지만 같은 문장이 수백만 번씩 반복되면 어떤 순서를 취해야 할지가 어려워진다. Y염색체는 약 3000만 개의 글자(염기쌍)가 적힌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대부분 문장이 반복되고 있어서 어디서 어디까지 하나의 문장인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HI) 산하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과 조립 방법, 다른 23종의 염색체 염기서열 지도를 완성하면서 얻은 지식을 총동원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는 3000만개 이상의 염기쌍 서열을 추가해 Y염색체를 구성하는 6246만29쌍의 염기 서열을 모두 해독해냈다. 24종의 인간염색체 중 마지막까지 베일에 감춰져 있던 Y염색체의 비밀이 봉인해제 된 것이다.

그 연구 성과는 2개의 논문으로 나뉘어 발표됐다. 유럽계 남성 한 명의 를 완전 해독한 결과를 담은 ‘텔로미어-투-텔로미어(T2T) 컨소시엄’ 연구진의 논문과 21개 인구 집단에 속하는 남성 43명의 Y염색체를 해독해 비교한 ‘인간 게놈 구조 변이 컨소시엄’ 연구진의 논문이다.

그에 따르면 Y염색체에 106개의 단백질 합성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기존 게놈 지도에서 밝힌 것보다 41개 더 많은 수치다. 또 정자 생산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TSPY’라는 유전자가 인간 게놈에서 두 번째로 큰 염기서열 구조임에도 개인마다 10~40개씩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연구진은 TSPY 유전자의 수나 위치에 따라 개인마다 정자 생산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

연구를 주도한 NHGRI의 애덤 필리피 박사는 “가장 놀라운 점은 염기서열 반복 영역이 매우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몰랐던 미지의 염기서열 영역의 거의 절반이 2개의 특정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블록이 퀼트 패턴처럼 번갈아 가며 배열돼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유전인자가 결실될 경우 정자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하여 ‘무정자증 인자(azoospermia factor‧AZF)’로 알려진 유전영역의 특징도 밝혀졌다, 해당 영역에서는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동일한 ‘회문'(回文·palindrome) 구조로 이뤄진 염기서열이 되풀이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논문의 제1저자인 NHGR의 한국계 연구원 이아랑 박사는 “이런 회문 구조는 고리(loops) 형태의 DNA 구조를 만들기 쉬운데 이런 고리가 우연히 잘리게 되면 게놈에 결실(deletion)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문 형태로 반복되는 구조적 특징이 남성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두 번째 논문은 18만2900년에 걸친 인류 진화과정에서 Y염색체에서 일어난 유전적 변이와 새롭게 밝혀진 DNA 염기서열의 특징과 분자 메커니즘을 소개했다. 이 연구를 이끈 미국 잭슨의학연구소의 한국계 찰스 리(54·이장철) 박사는 “적절한 Y 염색체 유전자 기능이 남성의 전반적인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우리의 연구는 Y염색체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가교를 놓아준다”고 말했다.

실제 남성이 방광암이나 대장암 같은 특정 암에 더 취약하고 심장질환이나 퇴행성 신결질환에 더 잘 걸리는 이유가 Y염색에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Y염색체가 줄어든다. 그로 인해 백혈구 같은 체내조직을 복제할 때 Y염색체가 빠진 채 복제되는 ‘Y염색체 모자이크 손실’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화돼 특정 질병에 취약해짐으로써 여성보다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Y염색체의 염기서열이 100% 밝혀짐에 따라 그 연관성을 밝혀내는 연구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457-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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