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최저가’ 광고 막히나…의료계 “덤핑 관행 사라져야”

업계 "국민 알 권리 침해"…정춘숙의원 의료법 개정안 두고 논란

성형 및 피부 시술 등 비급여 진료비를 표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가 금지되는 법안이 발의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기관이 성형·피부·탈모 등 비급여 진료에 가격을 표시하거나 할인 광고를 내거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나날이 상업화하는 의료 광고가 결국에는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의료광고 금지 기준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지나친 가격 할인 경쟁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비급여 진료비 표시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일부 성형외과, 피부과 등에서 나오는 ‘보톡스 최저가’ 등 문구와 함께 가격을 표시한 광고가 불가능해진다.

정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로) 비급여 진료비를 표시하는 광고 자체를 금지해 잘못된 정보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건전한 의료 경쟁 질서 확립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저가 경쟁으로 환자를 유인한 뒤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미끼상품’ 전략으로 이어지는 피해를 막고, 낮은 의료 서비스를 받았을 때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 홍보팀 김이연 이사는 “이번 법안으로 ‘의료의 질’이 아니라 ‘최저가 경쟁’을 통해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해소돼야 한다”며 “현재는 점을 500원, 1000원에 뺄 수 있다고 광고한 뒤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면 해당 시술뿐만 아니라 다른 비싼 시술까지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최근 법적 처벌을 받은 강남언니와 같이 덤핑을 통한 의료 광고 플랫폼의 부작용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덤핑(dumping)이란 정상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것이다. 덤핑은 식품, 여행 등 여러 산업에 적용할 수 있지만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더욱 환자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 측 주장이다. 환자 입장에선 사소한 시술이더라도 저렴한 가격만을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하면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환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점을 제거하는 시술이지만, 점을 빼려면 레이저로 피부를 태우고 강도를 잘 조절해야 하는 시술이라 부작용이 크다”며 “마트에서 저렴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달리 의료 분야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특성’을 지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병원별 진료비 정보를 주 수익 모델로 삼는 의료 플랫폼 업체에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언니, 바비톡 등 진료비 정보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닥터나우 등처럼 탈모, 피부시술 등의 진료비를 사전에 제공하는 플랫폼도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 전까지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알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플랫폼에서는 가격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는데, 광고 금지 시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 것이다.

업체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비급여 플랫폼 업체 고위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은 가격에 대한 정보 안내에 그치지 않고 실제 다른 환자들이 병원을 다녀온 후기 등 허용 가능한 선에서 종합적 의료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진료비는 급여와 달리 시장에서 경쟁을 하며 수가가 결정되는 특성이 있다”며 “그렇기에 의료인들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의료정보 불균형 문제가 생기는 것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광고를 금지하면 결과적으로 환자와 병원간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지고, 규모가 작은 병원 등은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에는 거대 옥외광고 등 대형병원 위주로 광고가 이뤄졌으나 현재는 플랫폼을 통해 중소병원이나 개원의사들도 광고를 쉽게 할 수 있다”며 “플랫폼이 무조건 경쟁만 부추긴다고 보는 우려와 달리, 더 많은 병원들이 의료정보를 정직하게 공개하는 공정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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