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인이 60대 자식 봉양”… 150만이 숨어사는 이 나라

2007년부터 히키코모리 지원 포털...기초지자체들도 나서

은둔형외토리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각종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한 가운데, 한국보다 훨씬 심각한 고립·은둔 청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 사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54만명에 달하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전방위 지원체계 구축 정책이 발표됐다. 원스톱 상담창구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적응과 취업 돕는 전담 관리사를 투입하는 등 구체적 방안도 함께 나왔다.

스스로를 가둔 청년들…수십년째 고군분투하는 일본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로 불리는 고립·은둔 인구 문제가 나타났다. 이후 수십년 간 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미 2007년 히키코모리에 관한 정보를 정리한 히키코모리 지원 포털 사이트 ‘히키코모리 VOICE STATION’을 만들었다. 포털에는 히키코모리에 관한 기초 정보를 비롯해 전국의 상담 창구, 심포지엄 등 다양한 정보를 비롯해 관련 인터뷰 등 콘텐츠가 올라가 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를 위한 지역지원센터가 만들어진 것은 2009년부터다. 갯수는 점차 늘어 2018년 4월까지 일본의 총 47개의 도도부현(특별시, 도, 광역시)와 지정도시 등 67개 지자체에 설치됐다. 2021년도부터는 접근성 강화를 위해 센터 설치 주체가 기초자치단체 시정촌이 됐다. 일본에는 현재 792개 시(포함하는 지정 도시), 743개 정, 189개 촌이 있다.

2020년에는 87개 지자체에 상담 지원·거처 만들기·네트워크 만들기를 총괄하는 ‘히키코모리 지원 스테이션’ 서비스도 시작됐다.

이밖에도 민간단체와의 제휴, 실태파악 조사 등을 하는 지원사업도 85개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의 네트워크도 강화해 어디서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히키코모리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이들을 돌보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 가족구성원들을 위한 전국히키코모리가족연합회(KHJ全国ひきこもり家族会連合会)마저 만들어졌다. KHJ는 히키코모리 본인과 가족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전국 가족회와 협력하고 있으며, 은둔형외토리에 대한 부정적 사회적 태도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HJ의 아케가미 마사키씨 부이사장은 “일본 사회는 이같은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며,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사회적 낙인과 같으며 본인과 가족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에 숨기는 이들이 많다.”고 최근 영국 언론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150만명이 숨어산다…장기 경제침체 및 인구붕괴 원인 중 하나로 

최소 6개월 이상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히키코모리의 수는 거의 150만명에 달한다. 올해 3월 일본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5~64세 인구 50명 중 1명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146만명으로 거의 150만명에 육박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 확산도 이같은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내에서 히키코모리 인구의 증가가 일본의 경제 침체 및 인구 노령화와 출산율 급락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히키코모리의 원인으로는 학교와 직장에서 왕따부터 질병이나 충격적인 사건의 유발 요인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처럼 은둔해 있는 이들은 각종 우울증, 강박장애 등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령화 문제까지 마주하고 있다. 고령의 부모가 히키코모리 자녀를 봉양하기에 ‘8050’ 문제로 불렸으나 이제는 ‘9060’ 문제로 이행하고 있다.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돌보는 상황에서 이제는 90대 부모가 60대 자녀를 봉양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 50대나 60대 이르러서야 부모의 죽음으로 생애 처음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들의 문제가 일본 언론에서는 종종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가 2019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0~64세 히키코모리는 약 61만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히키코모리 진단 평가(HiDE)를 개발한 가토 다카히로 일본 규슈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히키코모리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으며, 히키코모리를 인식하고 치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태영 교수는 집에서 나오게 한 후가 ‘진짜 치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일자리까지 제공해 해야 될 일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은둔에서 힘들게 나왔는데 할 게 없으면 다시 은둔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문제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의 시초는 청년 실업이었다. 20대부터 은둔하다 보면 결국 중년이 되어서도 은둔한다. 이때까지는 부모가 보호하고 돌볼 수 있지만, 부모 사망 후에도 은둔하다 보니 일본에서는 독거사까지 연결된다. 일본처럼 또 고립은둔 청년이 노인으로 이들이 늙어가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준비를 하고 연구를 많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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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n*** 2023-12-17 14:46:45

      타인을 위해하지는 않아도 가족을 괴롭히고 위해를 가하는 정신질환 국가가 강제입원 시켜 직업교육 과 일정부분 생산활동에 참여시켜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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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u*** 2023-12-16 10:56:07

      도태 유전자는 어디에나 있다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살 방식을 택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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