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억제제 치료 건선 환자, 대상포진 백신 접종 가능할까?

일반인 대비 대상포진 발생 위험 29% 높아..."생백신 접종은 제한, 사백신 우선 권고"

대상포진은 통증이 극심한 만성 질환으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높은 건선 환자에서 예방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전신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는 건선 환자들에서는 생백신 사용이 ‘금기’로 분류되며 접종이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유전자 재조합 사백신이 도입되며 대상포진 예방 전략에도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해 홍반과 하얀 비늘 모양의 각질이 피부와 관절에 발생하는 만성 피부질환을 말한다. 국내에는 약 150만 명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유병률은 3%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건선은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이에 환자들은 피부 병변으로 인한 신체, 정신적 고통은 물론 삶의 질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건선성 관절염 및 심혈관계 질환, 악성 종양, 우울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건선 환자들이 표준요법으로 알려진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받을 경우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동반 상승한다는 대목이다.

대만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한 후향적 코호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은 건선이 없는 환자에 비해 2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중증 건선 환자에서 발병 위험은 61% 증가했다.

실제로 건선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가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임상적 근거들은 속속 쌓이고 있다. 미국 UCLA 의과대학이 주도한 연구에서도 생물학적제제 ‘인플릭시맙(infliximab)’을 사용한 환자에서는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플릭시맙 등과 같은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약물 투여 시작 전에 백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면역억제제 사용 인원, 생백신 접종 ‘금기’…학계 “사백신 싱그릭스 접종 권고”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저하되면 몸 속에 잠복해 있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활성화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가슴, 복부, 얼굴 등에 통증을 동반하는 수포가 발진 형태로 관찰된다. 통증은 종종 쑤시고, 타는 듯하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 등으로 발현된다.

특히 발진이 사라진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 등의 합병증이 최소 1개월에서 최대 수 년간 지속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대상포진 예방이 중요한 많은 건선 환자들은 그동안 백신 접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신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는 건선 환자들의 경우 대상포진 백신(생백신) 접종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백신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 면역결핍 상태에 있거나,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포함하는 면역억제요법을 받는 환자에서는 접종 금기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같은 접종 분위기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국내에서도 사백신인 ‘싱그릭스’가 출시되면서 생백신 접종이 금기됐던 면역저하 환자들에게 대상포진 예방 접종이 가능해진 것이다.

근육 내에 2회 주사하는 싱그릭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단백질 성분인 ‘당단백질E(glycoprotein E)’와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면역증강제 ‘AS01B’가 결합된 국내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으로 평가된다. ‘만 50세 이상’의 성인은 물론 ‘만 18세 이상’에서 질병 혹은 치료로 인한 면역저하 또는 면역억제로 인해 대상포진의 발생 위험이 높은 인원에게 접종이 가능하다.

현재 학계 대상포진 예방 접종 지침도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미국피부과학회는 50세 이상의 모든 건선 및 건선성 관절염(PsA) 환자를 비롯해 JAK 억제제 ‘토파시티닙’과 전신 스테로이드 요법 등을 사용 중인 50세 미만의 환자에게 사백신 접종을 추천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2021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만 19세 이상 면역저하자에게 싱그릭스 2회 접종을 우선 권고했다.

전주 대자인병원 중증 건선/아토피센터 남현민 센터장(피부과)은 “건선 환자의 대상포진 발생 위험도는 생물학적제제 치료로 인해 높아질 수 있다”며 “따라서 기존에 유통되는 약독화 생백신의 경우 이들 약물을 투여 중인 건선 및 건선성 관절염 환자에게 투여 금기로 분류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사백신인 싱그릭스의 도입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된 만큼 대상포진 예방이 중요한 많은 건선 환자들은 의료진과 상의해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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