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악수로 힘 겨뤘는데”… 갈수록 손에 ‘매가리’가 없다면?

골다공증 심장병 등 각종 병 위험 살피고, 노화의 지연과 예방에 힘써야

손 쥐는 힘(악력)을 높이려면 다양한 근육 강화 운동(저항운동)에 힘써야 한다. 이런 운동에는 악력기 운동과 수중 에어로빅, 걷기, 스트레칭 등이 포함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때는 악수로 힘을 겨뤘다. 손을 꼭 쥐면 상대도 따라 꽉 쥐면서 둘만이 벌이는 괜한 힘 신경전.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악력으로 힘을 과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손에 ‘매가리’가 없어진다면?

악력(손 쥐는 힘)이 부쩍 약해졌다면 이젠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악력이 약해지면 제2형당뇨병, 심장병, 각종 암,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 우울증, 골다공증 등 위험이 높아진다. 신체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악력을 활력징후(Vital sign) 항목에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활력징후를 중시한다. 여기에는 체온, 체중, 심박수, 혈압 등이 포함된다. 이 징후를 통해 환자의 몸 상태를 대략 엿볼 수 있다. 손 쥐는 힘도 중요하다.

악력 검사는 쉽고 빠르며 비침습적이다. 바늘로 찔러 피를 뽑을 필요 없다. 의사의 청진기도 불필요하다. 값싼 악력 측정기(핸드그립 동력계)와 의자만 있으면 된다.

악력은 전신 근력의 유효한 지표…건강한 노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

미국 미시간대 마크 피터슨 부교수(물리의학, 재활연구)는 “근력으로 건강을 예측할 수 있다. 근력이 약해졌다면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건강포털 ‘웹엠디(WebMD)’와의 인터뷰에서다.

악력에 대한 종전 연구는 대부분 노년층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청소년과 어린이의 심혈관병과 당뇨병 위험의 예측을 위해 악력을 연구한 사례도 꽤 있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징병제를 채택한 스웨덴에서 남성이 군 복무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신체검사 항목에 포함된 악력 테스트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100만명 이상의 악력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징병검사를 받은 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10대 후반에 악력이 가장 약한 편에 속하는 남성은 악력이 중간 정도인 남성에 비해 50대 중반에 사망할 확률이 20%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악력이 가장 약한 남성의 자살률은 20~30%나 더 높았다.

“악력 강하면 건강장수” 생각엔 다윈의 적자생존론 깔려 있어

연구팀은 “악력이 강한 사람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는 다윈의 적자생존론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고대 인류의 손 힘이 강하다는 것은 사냥, 싸움, 보금자리 짓기, 출산과 양육 등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뜻했다. 이런 강자는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였고 아이를 더 많이 임신했다. 그들 자손은 유전과 영양 덕분에 더 강하고 건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월엔 장사 없다. 나이가 들면 손 쥐는 힘도 점점 더 약해진다. 그러나 운동으로 이를 상당분 극복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초기 연구에선 노인의 영양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악력을 사용했다. 영양 상태는 병이나 수술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줬다. 노인이 건강과 활력의 유지에 필요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체력이 뚝 떨어진다. 이는 감염, 입원, 수술 후 심한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지고, 독립성을 잃고,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DNA 메틸화 속도 빨라지면…치매, 당뇨병, 만성 염증, 조기 사망 등 위험 높아져

DNA 메틸화 가속화하면 노화와 관련된 만성병에 걸릴 위험과 일찍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이 만성병에는 알츠하이머병, 제2형당뇨병, 만성염증 등이 포함된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낮은 악력이 세포 수준에서 더 빠른 노화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피터슨 부교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메틸화 패턴이 뚜렷하게 달라진다. 환경오염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손을 쥐는 힘이 떨어지면 DNA 메틸화가 촉진되고 생물학적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

노스다코타주립대 라이언 맥그래스 조교수(건강영양운동 과학)는 “근육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장애의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악력 검사로 근육기능을 측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체기능이 많이 약해질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악력 검사는 팔을 옆구리에 대고 팔꿈치를 90도로 구부린 채 의자에 앉아 악력 측정기를 힘껏 쥐면 된다. 문제는 악력 측정기의 정확도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쥐는 힘의 발달 속도(힘을 얼마나 빨리 표현할 수 있는지 측정), 반복성(첫 번째 악력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악력까지 얼마나 힘이 줄어드는지 측정), 비대칭성(오른손과 왼손 악력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측정)에 대한 정교한 측정법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성인의 악력이 약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남성은 26kg, 여성은 16kg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단순하며, 나이가 중요하다. 남성은 20대 후반에 최고 수준의 악력을 보이며 중년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한다. 여성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50대까지 완만하게 감소한다. 따라서 동력계의 연령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팔뚝 운동, 수중 에어로빅, 스트레칭, 걷기 등으로 ‘근육의 힘’ 강화해야

악력 검사는 근력강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구는 전체의 약 10%에 그친다. 검사를 받는 사람의 체격도 중요하다. 악력 또는 모든 근력 측정이 건강과 기능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이해하는 맥락에서 체질량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피터슨 부교수는 ‘표준화 악력’으로 악력(kg)을 체중(kg으로 나눈 값을 내세웠다. 남성의 표준화 악력 비율이 0.7보다 크면 상위에 속한다. 여성의 경우 0.50보다 크면 상위에 속한다.

약력 검사 결과 악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운동에 힘써야 한다. 손과 팔뚝의 운동에 그치지 않고, 모든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두루 필요하다. 수중 에어로빅, 걷기, 스트레칭과 각종 근육강화 운동(저항 훈련)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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