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었으니 당했다”… 노출 옷차림 성추행 사유될까?

DJ소다 성추행 고백 사건에서 나타난 '성폭력 원인' 왜곡된 인식 여전

DJ소다가 일본 오사카 뮤직 서커스 페스티벌에서 공연 중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며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 DJ소다 엑스 캡처]
한국의 디스크자키(DJ) DJ소다가 일본 공연 중 다수의 관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알려지면서, 당시 DJ소다의 노출 의상을 겨냥한 2차 가해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DJ소다는 14일 SNS 플랫폼 엑스(옛 트위터)에 “일본 오사카 뮤직 서커스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는데,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갑자기 저의 신체를 만졌다. 속수무책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생략)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많이 노력했다. 아직도 무섭다. 디제이를 한 10년간 공연 중 이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겪게 돼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는 무대 밑이나 앞쪽으로 팬들에게 쉽게,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글을 썼다.

“나를 만져달라고 몸을 봐달라고 입는게 아니다”

이 일을 고백한 후 일부 누리꾼들이 ‘노출 의상이 문제였다’ 등의 2차 가해성 악플을 달자 DJ소다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내가 어떤 옷을 입던 성추행과 성희롱은 결코 정당화가 될 수 없어. (생략) 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만져달라고 내 몸을 봐달라고 노출 있는 옷을 입는게 아니야”라고 했다.

이어 “오로지 자기 만족으로 입고 싶은 옷을 입는건데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다고 그들이 나를 만지거나 성희롱 할 권리는 없어”라고 전했다. 덧붙여 “내가 워터 페스티벌에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게 잘못이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만짐을 당해도 되는 사람인거야?”라고 반문했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왜곡된 인식 여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 성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1만여 명의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연구’에서 응답자의 46.1%가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연령대가 높을 수록, 여성보다 남성이 성폭력 통념이나 고정관념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행실이나 옷차림 탓이라고 여기는 것은 가해자의 잘못과 책임을 정당화 하거나 미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동시에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불안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적 충격을 안긴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행실과 옷차림을 비난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불러일으키므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규정하는 ‘2차피해’의 범주에 포함된다.

‘노출옷 입었다고 성적 농담’ 등 비육체적 성추행도 흔해

그럼에도 ‘야한 옷 입고 꼬실라고 하냐’, ‘음탕하다’, ‘만져달라는 소리냐” 등 상대를 향해 행실을 비꼰다거나 괴롭힐 때 이를 성추행으로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언어적 공격 역시 성추행의 일종이다.

성추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성추행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비육체적인 성추행이다. 물리적인 성추행은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의미한다. 국제공중보건저널에 실린 노르웨이의 연구에 따르면 비육체적인 성추행은 외모나 성적지향 등에 대한 비하, 성적인 농담이나 루머 양산, 원치 않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 등이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은 이처럼 비육체적인 성추행에 노출된 사람 역시 불안증과 우울증을 보인다고 밝혔다.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고, 자존감이 추락할 수 있다.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 직접적인 신체 접촉으로 인한 행태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로 비육체적 성추행에 노출된 사람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이를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무엇이 잘못된 건지 인지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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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k*** 2023-10-17 08:30:20

      노출심한옷 입었다고 성추행당한게 당연하게 아니고, 노출이 심한옷을 입으면 성추행 당하기 쉽다는 거에요.. 사람심리가 당연하거 아닙니까.. 남자가 다 늑대라고 하잖아요.. 바지입은 여자를 남자들은 잘 쳐다보지 않아요.. 근데, 미니스커트입은 여자는 남자가 어떻게 해서든 한번은 본다는 얘기입니다. 꼭 미니시커트 입은여자를 보는 남자를 변태라고 손가락질 하는것 보다.. 미니스커트입은 여자다리가 먼저 보이는 남자를 이해해 달라는 거지요. 요즘 여자들 어떻습니까. 요가복,스판으로 쫙달라붙는옷입고, 산에 가고 밖에 나오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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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k*** 2023-09-24 09:08:10

      원만한 대인관계는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옷을 입는 것은 자신뿐만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노출된 옷을 자기가 아무리 좋아해도 다른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욕구를 야기시킨다면 조심하는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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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n*** 2023-09-20 10:59:15

      노출이 심한옷을 입었다고 성추행을 당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건 정말 틀린생각이고 있어서는 않되는 일이지만...정말 자기만족만일까요? 밖에서 남들에게 보이면서 시선받는걸 즐기고 좋아하는건 사실이잖아요. 아니라고 하는사람들... 좀 솔직해 집시다! 그분들이 남들의 시선을 즐기듯 그런 모습을 보는게 아주 불편한 사람도 많다는것도 알았으면해요. 자기만족으로 그렇게입는게 그사람들의 자유듯이 저도 보기싫은데 내자유의지와 상관없이 보게되니 내자유로 욕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지성인으로 앞에 대놓고 욕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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