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밤에 TV보면 안되는 이유는?

어두워지면 증상 악화되는 현상 줄이려면…소음·블루라이트 차단, 적절한 조명 필수

치매 환자는 밤에 블루라이트(청색광)를 피해야 한다. 치매 증상이 부쩍 나빠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밤이 되면 증상이 악화하는 치매 환자를 보호하려면 컴퓨터 모니터, TV화면, 휴대전화 액정 화면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청색광)와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또 환자가 식사, 수면 시간 등 규칙적인 일정을 잘 지키고, 조명도 적당히 밝은 걸 쓰는 게 좋다.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 헤더 패리스 조교수는 “밤이 되면 증상이 눈에 띄게 나빠지는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 환자가 적지 않다. 이를 ‘일몰(Sundowning)’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부추기는 블루라이트를 환자에게서 차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다.

패리스 조교수에 의하면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광과민성 세포는 망막에 있다. 광과민성은 빛에 민감한 특성이다. 이 세포는 시신경을 통해 뇌와 소통하지만 ‘멜라놉신’이라는 빛에 매우 민감한 단백질은 망막에 있다.

일반적으로 블루라이트는 ‘멜라놉신’을 만들어 수면과 일주기 리듬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일몰 현상을 일으키는 치매 환자 망막의 멜라놉신 수치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라이트, 빛에 민감한 ‘멜라놉신’ 단백질 만들어

버지니아대 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광과민성 때문에 해가 지면 혼란, 불안, 동요 및 기분 변화가 심해진다. 이 결과는 최근 ≪노화 신경과학의 프론티어(Frontiers to Aging Neuroscience)≫에 실렸다.

패리스 조교수는 “치매 환자는 망막의 변화로 빛에 매우 민감해진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의 뇌에 있는 면역세포의 일주기 장애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뇌에 더 많이 쌓이게 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미국 ‘재활클리닉그룹(Rehab Clinics Group)’의 정신과 전문의 알렉산더 라파 박사는 “일몰 현상은 당사자나 간병인에게 큰 고통을 준다. 특히 환자가 혼란을 느끼고 크게 동요하면 주변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해가 지면 환자나 주변 사람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환자의 일정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차분한 활동, 소음 최소화, 적절한 조명 확보 등이 매우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치매의 중기 또는 말기에는 수면장애, 음식 먹는 것을 잊어버리는 증상, 특정 약물의 부작용 등이 두루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모두 일몰 현상과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과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다.

연구팀은 이들 단백질이 뇌에 쌓여 뇌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수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또 치매 환자의 수면 및 일주기 리듬이 깨지는 이유에 관심을 가졌다. 수면장애가 뇌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지만 뇌의 여러 원인을 배제한 뒤 망막으로 관심을 돌렸다.

망막에는 ‘본질적인 광과민성 망막 신경절 세포(Intrinsically photosensitive retinal ganglion cells)’라는 특수한 세포가 있다. 이 세포는 빛에 민감하지만 시력에는 쓰이지 않고 낮 시간이라는 것을 뇌에 알리는 데 쓰인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에 걸린 생쥐의 망막에 이 특수 세포가 많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치매 환자의 망막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있고, 망막 혈액 장벽이 파괴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치매가 뇌 아닌 망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페리스 박사는 “광선요법이 치매 환자의 일몰 현상을 줄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광선요법의 개발을 위해 특정 시간에 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거나 빛의 파장을 바꿔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는지 테스트할 계획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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