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1+1=2’ 계산할 수 있다? (연구)

수량 차이-비율 비교하는 뉴런의 자생적 발생 과정 확인

아기가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수량의 많고 적음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심리학 연구에서 확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기는 배운 적도 없는 데, 더하기 빼기와 같은 기본적 계산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태어나면서 부터 우리의 두뇌는 자발적으로 수량 비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런사실은 여러 두뇌 연구에서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뇌가 어떤 원리로 이러한 수리 계산이 선천적으로 기능하는 지는 수수께끼에 쌓여있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해당 원리를 규명해 뇌신경과학과 인공지능(AI)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두뇌 모사 인공신경망 AI 모델을 활용해 심층신경망 구조에서 시각을 통해 수량의 비율과 차이 정보를 인지하는 기능이 전혀 학습 없이도 스스로 발생할 수 있다고 증명했다.

실험은 학습되지 않은 인공신경망 모델에 검은색 점과 흰색 점의 수량을 다양하게 섞은 스크린을 보여주며 두 점의 수량 차이와 비율 차이를 구분(시각적 수량 정보에 대한 선택적 반응)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 결과, 동일한 단위군의 증감을 임의로 더하고 빼는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뉴런)가 먼저 발생했다. 이 뉴런을 기반으로 시각적으로 2가지 점들의 △수량 차이를 계산(차이 선택적 뉴런)하거나 또는 △빼기를 활용해 두 단위군의 크고 작음(크기와 길이 차이)을 구분(비율 선택적 뉴런)하는 기능이 각각 파생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즉, 두뇌가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비교하는 두 가지 방법이 하나의 공통적인 원리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이러한 신경 활동은 실제 동물실험 등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수량 비교 행동 특성과 높은 정도로 유사했고 이를 기능하는 신경활동 특성을 상당 부분 재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인공신경망 실험에서 확인한 수량 비교 기능 신경세포 회로 구조가 발생하는 원리를 계산신경과학적 모델로도 설명하고 재차 검증했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뇌의 수량 인지 기능과 비교, 연산 기능이 상당한 정도의 학습이 이뤄지지 않아도 초기 두뇌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발생 초기 단계의 신경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러한 구조·물리적 특성으로부터 이후의 다양한 선천적 고등 인지 기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에 향후 뇌신경과학과 인공지능 연구에도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현수 박사과정생, 미국 뉴욕대(NYU) 신경과학과 최우철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논문은 저명한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인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최근 게재(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3)00911-7)됐다.

아기도 ‘더하기 빼기’ 할 수 있다?

심리학과 뇌과학계는 인간아기가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수량의 많고 적음을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동물의 두뇌가 태어날 때부터 ‘더하기 빼기’와 같은 기본적인 수리 계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추론하고 있다.

인간 유아의 선천적인 수량 비교 능력을 확인한 사례로 미국 애리조나대 심리학과 카렌 윈 교수의 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생후 4개월 아기도 ‘1+1=2’, ‘2-1=1’ 등의 기초적인 더하기 빼기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아기가 보이도록 1개의 인형을 놓은 후 스크린으로 가린다. 이후 스크린 뒤로 1개의 인형이 추가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스크린을 치우자, 아기는 5초 동안 2개의 인형을 바라봤다.

같은 방법으로 2개의 인형을 놓은 후 스크린을 치우기 전 아기가 보이지 않도록 몰래 1개의 인형을 뺀 채로 스크린을 제거했다. 그러자 아기는 2개가 놓여있어야 할 인형의 자리에 1개만 있는 모습을 12초 동안이나 응시했다.

이는 ‘1+1=2’라는 예측 가능한 결과보다 ‘1+1=1’이라는 새로운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더 오래 바라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아기가 기본적인 더하기와 빼기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면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유사한 방식으로 아기가 ‘2-1=1’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다는 점도 확인한다.

아기가 보이도록 2개의 인형을 1개씩 차례로 놓고 스크린으로 인형을 가렸다. 스크린 뒤로 1개의 인형을 빼는 모습을 한 차례 아기에게 보여주고, 다른 한편에선 아기가 보지 못하도록 다시 1개의 인형을 올려놓고 스크린을 치웠다. 그러자 아기는 놀란 표정으로 2개의 인형이 있는 자리를 12초 동안 바라봤다. 이 역시 아기가 ‘2-1=1’이라는 결과를 예측했음에도 ‘2-1=2’가 된 새로운 상황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초적인 수량 비교 능력은 동물이 사냥하고 먹이를 찾는 등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인지 기능이다. 과학계는 같은 능력을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의 두뇌도 갖고 있다고 본다. 여러 행동연구를 통해 사자나 침팬지, 원숭이, 비둘기, 병아리 등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미국 애리조나대 심리학과 카렌 윈 교수가 1992년 발표한 미키마우스 인형 실험 개요. 이 실험은 일명 ‘계산하는 아기'(calculating babies) 실험으로 불린다. [자료=«Nature», Vol. 358, No. 6389]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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