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흉기난동’…주변 경계 높아져 ‘전국민 흉기 트라우마’

끔찍한 사건 직간접 목격...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 나타나기도

전국민이 흉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이 손에 뭐만 들었다 해도 움칫하게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흉측한 흉기 난동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7월 21일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이어, 3일 성남시 서현역 칼부림이 일어났다. 미리 준비한 칼로 무고한 사람들을 위협하고 살인을 저지른 이들의 엽기적 행각에 전국민이 흉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이 손에 뭐만 들었다 해도 움칫하게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

출퇴근을 강남역으로 하는 A씨는 “매일 오가는 강남역은 유동인구가 엄청난데, 이렇게 사람 많은 곳으로 다니면서 모자를 둘러쓰고 무서워 보이는 사람만 봐도 불안에 떨게 된다. 어딘가에 흉기를 숨기고 언제든 나에게도 달려들 수 있다는 생각에 오금이 저린다”고 말했다.

신림역 근처에 산다는 B씨는 “7월에 신림역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집에 들어갈 때 한동안 돌아서 다녔다. 다른 출구를 이용했고 혹시나 하는 맘에 호신용 용품도 사서 가방에 넣고 다닌다. 어떻게 이런 난동이 정말 대한민국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 터전, 길 한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는지 …밖에 나다니기가 무섭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 보도 등으로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들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가질 수 있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혐오와 분노가 실제로 어떤 위협적 행동으로 발현되고 끔찍한 결과를 마주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진다. 언제라도 내 주변에서도 이 비슷한 사건이 발생될 수 있다는 생각이 체감상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트라우마나, 외상 후 스트레스는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PTSD는 사건 발생 수개월 후, 심지어는 1년 이상 경과된 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감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목격한 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경우, 감정이 압도적이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낀다면 언제든지 전문적인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나도 모르게 주변 경계…, 모두가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뜻

끔찍한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목격 한 후 어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제시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체크리스트(아래)로 확인을 해보도록 한다.

△ 그 경험에 관한 악몽을 꾸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 경험이 떠오른다.
△ 그 경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그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다.
△ 늘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거나, 쉽게 놀라게 된다.
△ 다른 사람, 일상활동, 또는 주변 상황에 대해 가졌던 느낌이 없어지거나, 그것에 대해 멀어진 느낌이 든다.
△ 그 사건이나 그 사건으로 인해 생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기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가 없다.

이 중 2개 이상이면 외상 사건과 관련된 반응으로 불편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3개 이상이면 심한 불편감을 받아 일생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으므로 도움이 필요하다.

흉기 위협 장면을 본 후 충격에서 벗어나기

흉기로 위협을 당하거나 혹은 잔인한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전문가들은 아래와 같이 행동할 것을 권고한다.

안전을 확보하라 = 먼저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즉각적인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보는 것 만으로 식은 땀이 나는 등 몸이 반응할 수도 있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긴급 서비스에 연락한다.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 목격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사건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라 = 목격한 장면의 충격에서 바로 벗어나기란 힘들다. 상담사나 정신과 전문가의 지원을 고려해본다.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트라우마를 처리하며 대처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기 관리에 집중하라 =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안녕을 돌본다. 운동, 취미, 명상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이 편안함과 안정을 가져다 줄 활동에 참여한다.

미디어 노출을 줄여라 = 뉴스나 소셜 미디어에서 폭력적이거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비슷한 장면들을 보는 것 만으로 극단적인 기억을 유발할 수 있다.

감정을 인정하라 = 잔인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간접적으로 접한 후 생겨나는 어떤감정들을 판단 없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트라우마를 관통한 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이다. 나쁜 감정이 든다고 해서 스스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알코올과 약물 피하라 =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고통을 피해갈 수 있지만 오히려 불안과 우울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완 기법을 활용하라 = 깊게 숨을 들이마시기, 점진적인 근육 이완, 명상과 같은 이완 기법을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지지 그룹을 찾라 = 트라우마를 경험하거나 폭력적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을 위한 지지 그룹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한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회복에 여유를 가져라 =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모든 사람의 과정은 다르다. 스스로에게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회복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도록 한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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