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파장으로 인슐린 생산…당뇨병 치료기술 열리나 (연구)

유전자 조작한 인간세포를 생쥐에게 이식해 인슐린 분비에 성공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신체의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인 인슐린을 거의 또는 전혀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인슐린을 주입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작은 전류로 자극을 받으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인간 세포의 개념 실험이 성공했다. 전류 파장으로 혈당 인슐린 수치를 조절하는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네이처 신진대사(Nature Metabolism)》에 발표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취리히 ETH)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전류가 가해지면 화학적 반응성이 강한 산소원자를 지닌 활성산소종(ROS)에 의해 연쇄 반응해 인슐린 생성에 필요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유전자 조작 인간세포를 설계했다. 그리고 이 세포를 생쥐에 이식한 뒤 전기가 통하는 침으로 전류를 흐르게 했을 때 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책임자인 취리히 ETH의 마르탱 푸세네거 교수(생명공학)는 이 기술이 제1형 당뇨병 치료용 임플란트 이식 수술에 적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ICL)의 로드리고 레데스마 아마로 교수(합성생물학)는 이 기술이 “이식장치와 호환되는 저전압 일반 배터리로도 구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기를 사용하여 생물학적 과정을 제어한다는 아이디어는 미생물을 사용해 이 개념을 개발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등장했다. 푸세네거 교수는 자신의 연구진이 “전기적 세계와 유전적 세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기 위해 인간 세포를 연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식된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를 켜거나 꺼서 중요한 단백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걸 목표로한다.

예를 들어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신체의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인 인슐린을 거의 또는 전혀 만들지 못한다. 필요에 따라 인슐린을 생산하도록 세포를 자극하는 기술은 혈당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는 고혈당증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ROS에 대한 반응을 조작해 전기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인슐린 생산 세포를 설계했다. ROS는 생체 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력이 강한 독성분자다. 이런 ROS는 세포 대사 과정에서 자연적으로도 생성되지만 세포에 전기자극을 가해 그 생성을 유도할 수도 있다.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대에서 질병에 대한 ROS의 영향을 연구하는 에스마 이세노비치 교수는 “독성 수준이 낮은 ROS는 중요한 신호 분자와 유전자 발현의 중요한 조절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ROS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다른 분자를 공격해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세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통 항산화 단백질을 생성해 ROS를 중화한다.

연구진은 인슐린 생성 유전자를 해당 세포 내에 위장 잠입시켰다. ROS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항산화제 생성 유전자를 촉진하는 DNA 영역 뒤쪽에 인슐린 관련 유전자를 숨겨둔 것. 이 DNA는 산화가 과도하게 발생해 독성화하기 전에 산화 방지 단백질의 발현을 촉진해 이를 억제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접근법이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후, 연구진은 이렇게 유전자 조작된 인간 세포를 고혈당증에 걸린 생쥐에 이식했다. 그리고 침을 사용해 피부 바로 아래 캡슐에 있는 세포에 전류를 전달했다. 전기자극을 받자 생쥐의 혈중 인슐린 수치가 증가하면서 혈당 수치가 정상화됐다. 연구진은 전류의 파장과 강도를 조절해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을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언젠가 이 시스템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웨어러블 의료 기기에 적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까지 가기 위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세노비치 교수는 임상시험을 적용하기엔 너무 이르다면서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생쥐를 대상으로 효용성을 평가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2461-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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