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족 못 알아보는 어르신, 치매 아닐 수도?

증상에 기복이 있으며 회복 가능한 섬망

섬망(delirium)이란, 갑작스러운 의식의 변화와 함께 주의력·인지기능 장애가 생기는 일시적 상태로, 섬망 상태가 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나이드신 어르신이나, 부모님이 연세가 들어갈수록 기억력 감퇴의 모습을 보여 안타까울 때가 있다. 특히 평소 같지 않은 말로 횡성수설하면 가족들은 우선 치매를 걱정해 심해 놀라곤 한다. 그러나 노년기에 기억력이 가물가물한 모습이 치매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치료 후 완전 회복을 보이는 섬망에서도 나타나기에 치매와 구별이 필요하다.

치매와 비슷하지만 다른 섬망

섬망(delirium)이란, 갑작스러운 의식의 변화와 함께 주의력·인지기능 장애가 생기는 일시적 상태로, 섬망 상태가 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 지남력(방향을 찾아가는 능력)이 상실돼 사람, 시간, 장소를 알아보지 못하고 헛것을 보거나 심하게 초조한 경우가 발생한다. 고령의 어르신, 수술 후 또는 중환자실 치료 도중·후, 원래 치매가 있었거나 신체 상태가 저하된 경우 발생 위험성이 높다.

밤에 증상 심해지는 것이 특징

섬망 상태가 되면, 당사자는 혼란스러워하고 매우 흥분하거나, 반대로 매우 쳐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시간과 장소를 헷갈리며, 가까운 가족도 잘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헛것이 보이고, 잠을 못 자고, 두서없이 말하기도 한다. 해당 증상들은 잠시 괜찮아졌다가도 악화되며, 특히 밤에 심해지기 때문에, 옆에서 간병 중인 보호자나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다른 환자분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치매나 우울증으로 종종 오인될 수 있으나,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한 점이 치매와는 구별된다. 섬망은 발병이 급격하고, 증상에 기복이 있으며, 회복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치매와 구분된다. 그러나 치매 환자가 섬망을 보일 경우에는 감별이 쉽지 않으며, 섬망도 영구적인 인지기능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치매와의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오래 기간에 걸쳐 기억력 장애가 심화되면서 성격변화가 뒤따르는 양상으로, 짧은 기간 안에는 증상 변화가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섬망은 신체상태 악화에 따라 갑자기 나타난다. 하루 중에도 증상 변화가 크다. 특히 밤 시간에 증상이 심화됐다가 낮 시간에는 비교적 덜 하다.

호전된 후에도 지속인 관찰 필요

섬망은 대부분 며칠 동안 지속이 되며 신체 상태의 호전에 따라 곧 증상이 사라지게 되지만, 경우에 따라 몇 주 또는 몇 개월 간 지속되기도 합한다. 이처럼 섬망의 증상 자체는 일시적이고 회복이 가능하지만, 섬망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신체 상태가 나쁘고, 두뇌의 기능 또한 저하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증상이 호전된 다음에도 유의해서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섬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추후 치매로 이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섬망이 호전된 후에도 지속적인 관찰 및 외래 진료가 필요하다. 어르신의 상태에 따른 검사를 받으신 후, 결과에 근거하여 적합한 약물을 처방받아야 한다.

특히 섬망은 밤에 잘 나타나므로 가족이 환자를 돌보는 것을 추천한다. 친숙한 환경을 위해 환자가 평소에 사용하는 물건을 한 두가지 병실에 가져다두어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것이 좋다. 또 환자가 심한 초조와 흥분 증상을 보여 자신이나 주변에 위협이 될 수 있을 때에는 진정제나 수면제를 투여하며 환자에게 오늘의 날짜와 장소, 사람에 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것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불필요한 외부 자극은 최소화하되 간접조명을 이용해 환자가 착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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