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 수행한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 건강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해 발간한 ‘여성의 피임 실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54.6%는 ‘성관계 시 항상 피임한다’고 응답했다. 19~39세 성인도 52.2%가 항상 피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0∼64세 중장년은 25.4%만 항상 피임하며, 66.6%는 전혀 피임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65세 이상 노인도 응답자의 100%가 피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과 노인층은 피임을 주로 임신 회피 수단으로 인식해 피임에 무관심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40세 이상 피임을 항상 하지 않는 이유로는 ‘내가 피임할 필요가 없어서(난임, 완경등의 상태)’가 중장년 63.9%, 노인층 88.4%였다. ‘피임도구 사용이 불편해서’는 중장년 13.8%, 노인층 19.3%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40세 미만 성인은 피임을 항상 하지 않는 이유로 주로 ‘피임 도구 사용이 불편해서'(40.7%),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39.1%), ‘본인과 상대가 피임 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28.5%) 등이라고 했다. 중장년과 노인층은 ‘피임할 필요가 없어서'(중장년 63.9%·노인 88.4%)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에선 “그동안 피임이 임신을 피하는 수단으로 주로 행해졌기에 임신이나 출산 우려가 없거나 가능성이 낮은 중장년과 노인은 피임에 무관심해지고 하지 않는 것”이라며 “피임(콘돔 사용)은 성매개 질환 감염 예방 역할이 있어 건강한 성생활과 자기결정권 범위 확대를 위해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피임법은?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피임 방법은 남성용 콘돔, 질외사정, 월경주기법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성관계 경험이 있고 임신·출산을 하지 않았으며, 폐경 상태도 아닌 여성에게 피임 방법을 물은 결과, 청소년의 85.3%가 콘돔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질외사정은 64.0%, 월경주기법 42.7%, 경구피임약 13.3%, 사후피임약 13.3% 등이었다.
40세 미만 초기 성인은 62.3%가 콘돔을 사용했고, 질외사정 60.0%, 월경주기법 36.6%, 경구피임약 17.1%, 사후피임약 11.2%(중복응답) 순으로 피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을 하는 중장년은 콘돔(29.8%)보다 질외사정(45.6%), 월경주기법(36.0%)을 피임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질외사정과 월경주기법은 피임 실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이 둘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피임법을 ‘안전한 피임’ ‘현대적 피임’ 등이라고 부른다.
지난 1년간 현대적 피임을 실천했다는 응답은 청소년은 24.2%, 초기 성인 28.2%, 중장년 26.2% 등으로 높지 않았다. 현대적 피임 실천의 의미를 광범위하게 넓혀 월경주기법과 질외사정을 활용했지만, 다른 안전 피임 방법도 병행했다는 응답자는 청소년 88.8%, 초기 성인 73.9%, 중장년 51.9%였다.
보고서는 “한국 여성은 성관계 시 월경주기법과 질외사정에 더해 다른 피임 방법을 함께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관계시 피임 결정을 주로 누가 했느냐는 질문에 청소년 69.3%, 초기 성인 52.4%는 ‘본인과 성관계 상대가 같이 결정했다’고 답했다. 콘돔을 사용하길 원했으나 상대가 원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한 적 있다는 응답은 청소년 22.7%, 초기 성인 25.8%, 중장년이 23.8%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