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내 인생 망치는 과잉양육, 어떻게 벗어날까?

[과잉양육 무엇이 문제인가 #2]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들은 아이를 위한다고 하는 일이지만, 결국 아이도 부모도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시 서이초등학교 20대 교사 사망 사건의 여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부모가 아이의 생활과 교육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과잉양육 (hyper-parenting)을 둘러싼 갖가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부모들이 과잉양육의 덫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또 어떻게 하면 여기서 빠져나와 올바르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과잉양육이란 거리의 눈을 치우는 제설기처럼 자녀를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제설기 부모 혹은 불도저 부모로 불리는 이들을 포함해 자녀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는 양육을 의미한다. 특히 불도저 부모는 2019년 부정입학스캔들(Operation Varsity Blues)을 언급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널리퍼졌다.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런 양육 방식은 아이에게 자립심과 독립심을 빼앗가 간다. 부모 역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 상당 부분을 희생하면서 강도 높은 양육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불안’은 부모의 영혼을 잠식” 

부모들이 과잉양육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불안이다. 아이가 아닌 부모가 주도권을 쥐는 과잉양육은 짧게나마 이 불안을 없애준다. 때문에 부모들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런 양육을 이어가기 쉽다. 아이가 어릴 때 식단이나 학습계획표를 계획하는 것부터 시작된 통제가 아이가 성장해도 계속 되는 것이다.

미디어가 불안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임상사회복지사이자 ‘아이와 함께 이성을 잃지 않는 법(How to Stop Losing Your Sh*t with Your Kids)’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칼라 나움버그 박사는 “우리가 제설기, 헬리콥터 혹은 뭐라고 부르던 간에 이 세대의 부모들은 불안의 시대에서 육아를 하고 있다”면서 “24시간 뉴스 홍수와 소셜미디어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끔찍한 일들을 전달해 준다.”라고 미국 양육전문매체 패런츠(Parents)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달로 이메일 휴대폰 등으로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활 반경을 감시하기 쉬워지면서 불도저 부모의 감시와 통제는 더욱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있는 지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성심여대 심리학과 채규만 명예교수는 “과잉보호는 자녀의 독립성과 자율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대로 지나치게 방치할 경우 자녀는 정서 결핍과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배신감을 동반한 분노를 느낀다.”면서 “과잉보호 체크리스트를 통해 현재 양육 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 과잉보호 행동 체크리스트
다음 문장을 읽고 본인이 동의하거나, 현재 다음의 행동을 하고 있거나 미래에 행동할 계획이 있으면 “예”라고 체크해보자.

① 나는 자녀가 실패할까 봐 항상 걱정하고, 자녀의 학업, 진로, 또래 관계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② 나는 자녀가 내 양육 방식이나 자녀를 위해 내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무시하거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③내 자녀는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맞는 책임감과 적응력이 내 기대에 못 미쳐서, 내가 항상 자녀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④ 나는 자녀의 학업 일정표, 또래와 보내는 시간, 학원 공부 등의 모든 자녀 시간을 자세히 설정해 자녀의 시간 관리를 하고 있다.
⑤ 나는 자나 깨나 자녀가 학업이 부진하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지 못하고 실패할까 봐 항상 두려워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⑥ 나는 자녀의 장래 취업 문제, 직장에서의 성공, 사회적인 성취를 위한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자녀가 내 조언에 반드시 따르도록 한다.
⑦ 나는 내 자녀가 경제적인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자녀를 경제적으로 우선하여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⑧ 나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 자녀가 어떤 친구를 선택하고 사귈 지에 관해서 내가 정한 기준으로 선택하도록 조언해 주고, 앞으로 자녀의 배우자선택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⑨ 나는 자녀가 어떤 스펙을 쌓고, 어떤 취미와 관심사를 가져야 성공하고 출세할지 잘 알기에, 자녀가 현재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주고 내 결정에 따르도록 한다.
⑩ 자녀의 성공과 행복한 삶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기에, 자녀가 어떤 인생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야 할지 자녀를 위한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자녀가 이를 따르도록 강요하는 편이다.

♦체크 리스트 해석 방법 (과잉보도 정도)
– 8개 이상 심각한 수준
– 3~7개에 해당하면 중증 정도
– 1~2개에 해당하면 경미한 정도

불도저 부모의 덫, 어떻게 빠져나올까? 

그렇다면 자녀는 물론 부모의 인생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불도저 부모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일단 앞서 체크리스트 등을 이용해 자신의 현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 교수는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는 자녀에게 독재자로 인식되기 쉬우며, 자녀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오히려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면서 “(부모는) 사랑과 배려하는 행동을 절제하고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자녀를 ‘내 새끼’라고 지칭하며 소유물처럼 다루기 보다는 자율권과 인권이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안산점에서 아동·청소년을 전문으로 상담하는 고보선 놀이치료사는 “다양한 (과잉육아의) 사례를 관통하는 것은 부모님의 불안인 경우가 많은데, 부모 스스로가  갖고 있는 불안의 생김새가 어떠한지 살필 경우 자녀를 믿어주고 기다릴 수 있는 에너지가 커질 수 있으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립심을 키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불편해하고 힘들어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흔들릴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지켜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 스스로 하도록 할 것과 지켜줘야 할 것들의 목록을 적고 쉬운 난이도부터 하나씩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라면서 “명심해야 할 것은 처음부터 잘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며, 아이도, 부모님 스스로도 이전보다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을 격려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윤은숙 기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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