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싫은데… 나쁜 기억은 왜 자꾸 떠오를까?
갑자기 이불킥!
생각만해도 짜증이 올라오는, 챙피한, 부끄러운 기억이 머리에서 멈출 수 없는 때가 있다.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노래가 뇌에 계속해서 맴돌기도 하고, 옛 연인과 안 좋았던 기억, 회사에서 발표하다 실수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소위 ‘이불킥 각’인 이런 불편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계속 앵앵~대고 자신을 괴롭힌다.
남들이 보기에는 대체로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이런 부정적 생각은 불안과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특히 정신의 기본적 기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부정적 생각 통제, 전두엽 외에 해마 활성화에 단서
문제는 이런 생각을 과연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강박적인 생각을 통제하는 데에 진화적으로 더 발달한 전두엽 내 신경계가 담당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이상의 복잡성이 존재하며,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 생각을 외부 개입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실마리가 밝혀졌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즈 대학교 신경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 생각 통제에 뇌의 해마 영역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마의 활성화와 관련된 뉴로전달물질인 GABA가 강박적인 생각(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떠오르는 생각)에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GABA는 포유류의 중추 신경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테일러 W. 슈미츠 박사팀은 해마 내 GABA의 활동과 뇌의 전두엽까지의 뇌 연결 시스템이 함께 작용하여 강박적인 생각을 통제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자들은 "생각하기/생각하지 말기(Think/No-Think)" 과정이라는 과제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의미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단어들을 익히게 했다. 예를 들어, ‘사과와 오토바이’ 또는 ‘전화기와 오이’와 같이 전혀 의미가 다른 단어들이다.
참가자들에게 녹색 신호가 켜지면 이 연결된 단어를 기억하도록 요청했고, 빨간 신호가 켜지면 이 단어들을 기억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녹색 신호일 때, 사과가 보이면 이 단어의 짝인 오토바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 반대의 과정도 시행됐다.
뇌 해마 내 GABA 통제로, 부정적 생각 멈추게 가능 시사
슈미츠 박사팀은 참가자들에게서 해마 내 GABA가 적으면 해마 활성화를 억제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마의 활동의 문제로 인해 전두엽의 통제 기능이 손상됐고, 결과적으로 생각하기/생각하지 말기 과제에서 생각을 억제하는 능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전두엽 내에서 일어나는 생각 통제 매커니즘과 해마 내 GABA 활동 사이의 연결을 밝혀낸데 의미가 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통제하는 데에 전두엽이 주된 역할을 한다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GABA 수준이 감소하는 경우, 해마의 활성화가 생각을 통제하는 뇌 경로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이 망가지면 치명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강박적인 기억, 환영, 환각, 망상, 지나친 고민, 지속적인 걱정 불안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 통제 불능의 상태를 해마 GABA에 특정한 개입, 약물 및 보충제로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즉 해마에서 GABA 관련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강박적이고 원하지 않은 생각으로 인해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