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쥐의 장기 해동 성공, ‘냉동인간’도 가능할까?

미국에서 냉동 쥐의 콩팥을 해동해 이식했더니 정상 기능을 했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장기 냉동’의 가능성이 규명된 것.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사이언스》는 지난달 4주차 표지에 ‘생명을 멈췄다(Life on hold)’는 문구와 함께 이 내용을 소개했다.

장기는 얼려서 보관하는 것보다 손상 없이 녹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동결보호제를 사용해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해동하는 기술은 보편화됐다. 가임기에 채취 후 동결해 보관하는 난자가 대표적이다.

다만 세포보다 큰 조직이나 장기 단계에선 해동이 힘들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해동 과정에서 장기 내부와 외부가 녹는 속도가 다르면 온도 차이로 물 결정이 생겨 장기를 훼손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전자기장 유도를 이용해 금속 물체를 가열하는 ‘인덕션 히팅(유도가열)’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금속과 같은 도체 주변의 자기장을 변화시키면 전류가 유도되며 금속에 열을 가한다. 같은 원리로 철을 아주 작은 나노 소자 수준으로 조직 안에 분포시킨 다음, 자기장을 사용하면 장기가 해동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약 90초 만에 신장을 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기 내외부의 녹는 속도가 균일해 결정이 생기지 않고 손상이 최소화된다. 연구팀은 이것을 ‘나노해동법(Nanowarming)’이라 명명했다.

연구팀은 흰쥐의 신장을 영하 148도에서 급속냉동해 100일 동안 보관했다. 이후 나노해동법을 거친 신장을 쥐 다섯 마리에게 이식했고, 이식된 신장은 약 30일간 제 기능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쥐들도 정상적으로 생존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장기를 긴 시간 보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기는 몸에서 꺼낸 뒤 시간이 흐르면 부패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장기 이식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은 36시간, 간은 12시간 안에 이식해야 한다. 심장과 폐의 골든타임은 6~8시간이다.

연구팀은 “나노해동법을 인체에 적용하는 것에 성공하면 장기 이식자의 시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관 가능 기간이 100일까지 늘어나면서 공간적 제약도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번 실험 결과를 두고 장기적으론 ‘냉동인간’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냉동인간 보존 사업을 시작한 한형태 크리오아시아 대표이사는 “이번 연구는 냉동인간 기술이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해동기술의 이같은 빠른 발달로, 이르면 30년 이내 인체를 손상없이 해동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른 장기나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통해 나노해동법의 인체 적용 가능성을 실험하겠다”며 “이식수여자가 30일 이상 생존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실험에서 신장을 이식받은 쥐들은 30일 생존 후 조직 검사를 위해 안락사됐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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