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일 수도, 아닐 수도”...‘간유리 결절’ 환자의 고민

[손춘희 광혜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최근 들어 아침, 저녁으로 기침이 잦다. 몸에 힘이 없고, 열도 있는 듯하다. 10대 후반, 잠깐 결핵을 앓았던 그(여, 52)는 “다시 결핵이 온 건 아닐까?” 싶어 병원에서 흉부 CT를 찍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됐다.

폐에서 12mm, 즉 1.2cm짜리 결절이 발견됐다. “결핵이냐?” 물으니, 담당 의사는 결핵은 아니라 했다. 잠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이번엔 “폐암이냐?” 물으니 “폐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했다. 그러면서 “간유리 음영 결절로 보인다”고 했다.

불안해져 “언제부터 치료받아야 하느냐?” 물으니 “그 단계는 아니”라 하면서도 “나중에 수술할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기적으로 경과를 지켜보자”라고도 했다. 혹시 폐암으로 변할까 싶어 마음은 조급한데, 확실한 대답을 못 들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유리 음영 결절’, 그게 뭔가요?

먼저, ‘결절’(結節, nodule)은 종양이나 혹과 비슷한 말이다. 원래 있던 조직 주위에 다른 것이 생길 수 있는데, 그 조직이 3cm보다 작으면 ‘결절’, 그보다 크면 ‘종괴’(腫塊)라 부른다.

종양 중엔 무한정 커지면서 정상 장기를 망가뜨리고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악성종양’(암)도 있지만,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큰 해를 끼치지 않는 ‘양성종양’이 더 많다.

결절을 CT로 보면 전체가 균일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이를 ‘고형’ 결절이라 한다. 반면 뿌옇게 보이는 경우를 ‘간유리 음영’ 결절이라 불러 구분한다. 투명한 유리 표면을 미세하게 갈아버리면 반투명유리가 되는데, 그렇게 보인다고 ‘간유리 음영’ 결절이라 이름 붙었다.

왜 생긴 거죠?

‘간유리 음영’ 결절은 여러 이유로 생긴다. 치료 안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염증성 병변(호산구성폐침윤 등)부터 암의 전 단계, 때로는 초기 폐암까지.

비록 ‘폐암’ 때문이라 하더라도, 비흡자에 생긴 폐암은 대부분 천천히 자라는 종류다. 폐암에도 실제론 여러 가지다. 보통의 흡연자 폐암과는 차이가 있다.

어떤 병 때문에 생겼는지 확실히 구별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러자면 결절 일부를 잘라내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조직검사(생체검사)를 해야 하는데, 1cm 미만 결절은 세침(細針), 즉 가는 바늘로 하는 조직검사가 어렵다. 꼭 해야 한다면 수술로 가슴을 열어 폐 일부를 잘라내는 개흉(開胸) 생검을 해야 한다.

 

[사진=손춘희 광혜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제공]

CT만으론 다 알 수 없나요?

‘간유리 음영’ 결절은 CT로 확인해도 선명하지 않아, 1cm 이상이라도 개흉 생검 외에는 확인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 대안으로 결절 크기가 자꾸 커지는 악성인지, 거의 변화가 없는 양성인지 보는 추적 관찰을 권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결절의 크기, 모양, 발견 시기에 따라 CT 촬영 간격도 달라진다. ‘고형’ 결절이라면 6mm 미만일 경우 1년 뒤 CT 촬영을 권하지만, ‘간유리 음영’ 결절이라면 3cm 까지도 1년 간격을 권한다.

물론 환자 처지에선 “기다리며 경과만 보는 동안, 타 장기 전이가 되어 완치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1cm 미만 결절일 경우 폐암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최악의 경우, 초기 폐암이라 할지라도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유리 음영’ 결절은 ‘고형’ 결절보다 커지고 전이되는 속도가 느려서, 4~5cm 크기인데도 수술 후엔 항암제, 방사선치료조차 필요 없는 초기 암인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언제 개흉 생검을 해야 할까? 경과를 보다가 폐암 가능성이 커 수술해야 할 때가 있다. 결절 크기가 계속 커지는 경우다.

‘간유리 음영’ 결절은 이에 더해 ‘부분 고형’ 결절로 변하는 때도 있다. 결절 일부가 선명한 ‘고형’ 결절로 변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커지지 않아도 폐암 가능성이 커서 개흉 생검을 권한다.

난 담배도 안 피우는데….

폐암은 유전보다 후천적 원인이 큰 병이다. 담배를 안 피우면 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의 폐암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리고 이런 비흡연자 폐암 발생이 점점 늘고 있다. 조리환경 등 여러 원인으로 추정하지만, 아직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분명한 치료 가이드라인도 아직 없다.

가족 중에 비흡연자 폐암이 있다면, 오랜 기간 환기가 되지 않는 곳에서 조리했다면, 혹은 다른 위험 요소가 크다면 비흡연자라도 CT 검진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흡연자처럼 1년에 한 번 CT 촬영을 하는 건 과하다. 전문가들은 3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권한다. “조심스럽다”는 것은, 다른 연구 결과로 추론할 수는 있지만, 그게 사망률을 확실히 낮춰 준다는 연구 결과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많은 흡연자 폐암 검진 연구들이 있었지만, 40년이 지난 2011년에야 비로소 결론이 났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비흡연자 폐암 검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조심스레 ‘권유’하는 것이다.

환자가 고민하는 것처럼 의사도 고민한다

더 자주 하면 어떨까? 폐암 발견은 쉽겠지만, 방사선 노출도 클 것이다. 갑상선암, 유방암은 방사선 노출량이 많으면 증가한다.

아무리 일반 CT보다 방사선 노출을 1/5~1/10로 줄인 ‘저선량’ 흉부 CT라 하더라도 40살에서 80살까지 1년에 한 번씩 촬영해야 한다면 이득이 클까, 해악이 클까?

더구나 평생 폐암이 안 생길 가능성이 더 많은 게 비흡연자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CT 촬영 안 했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양성’ 결절 때문에 환자가 불안해하는 것은 또 어떤가?

세상에는 좋기만 한 것은 없다. 검진도 그렇다. 이런 경우, 본인 역시도 “결절이라면 성급하게 개흉 생검을 하기보다는 주치의와 상의해 적절한 간격으로 경과 관찰을 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일어날 모든 일을 확실히 예측해서, 100% 안전하게 살 수만은 없다. 확률이 낮은 위험은 감수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추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면서도 멀리 가기 위해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처럼….

의료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가장 덜 위험하고, 환자에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해서 찾아보고, 권하는 것이 의료인의 몫이다.

글=손춘희 광혜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사진=광혜병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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