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중 12곳만 24시 소아 응급진료… 의료붕괴 책임은?

학부모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공익감사 청구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들이 공익감사 청구 전 감사장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치하는 엄마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시스템 붕괴의 최종 책임이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부모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와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소아 응급체계 붕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단체는 감사청구서를 공개하고 2명의 양육자가 실제 소아 응급진료를 거부당한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일명 ‘소아 응급실 뺑뺑이’ 현황(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소아응급환자 수용 현황)을 유선으로 자체 전수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전국 45곳의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중 단 12곳만 소아 응급환자를 항상(365일 24시간)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곳 중 8곳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비수도권 지역의 소아의료 소외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를 두고 정치하는 엄마들은 전국의 수많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규정과 의료법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소아 응급진료 체계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는 복지부와 각 지자체에 있다고 규탄했다.

의료법 제3조 4항에 따라 3년마다 지정되는 상급종합병원의 현행 조건 소청과 등 9개 필수진료과목을 포함하여 20개 이상 진료과목을 갖춰야 하고, 응급의료법 상 중앙·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아야 한다. 또한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중 3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은 반드시 소청과를 둬야 한다.

그러나 300병상 이상 규모인 167곳의 병원에서 85곳의 소청과 의사의 수는 6명 이하였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제공한 ‘전국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 및 총 허가병상 수’ 자료에 기초한 분석이다.

단체는 “이 경우 소청과 24시간 당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개설된 병원들도 포함한다”면서 “응급진료 최후의 보루마저 소아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복지부가 별도로 지정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10곳 중 3곳에서 소아응급환자 진료 거부를 제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고통과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전공의들의 고충을 다룬 보도만 평행선처럼 보도될 뿐 정작 보건당국와 지자체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부재하다”면서 “길게는 20여 년 전부터 응급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기에 몇몇 의사들에게 사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론 의사도 환자도 피해자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치하는 엄마들은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지 말고 국가와 지자체 재정을 투입해서 소아응급의료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이번 공익감사를 통해 의사-환자 사이의 갈등 상황을 조장하고 방치한 복지부와 지자체의 위법한 행태가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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