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건강, 이젠 망막으로 측정? 정확도 높은 이유는
콩팥 기능 정상인도 적용 가능
국내 의료진이 망막 검사로 만성 콩팥병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주영수,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정탁 교수, 메디웨일 임형택 최고의학책임자 연구팀은 망막 검사로 만성 콩팥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AI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만성 콩팥병은 보통 6개월 이상 신장 기능이 저하하거나 단백뇨가 있을 때 진단한다. 신장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노폐물 제거와 항상성 유지 등이 어려운 상태이며, 주요 원인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이다. 만성 콩팥병은 침묵의 질병이라 불릴 만큼 중증에 이를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이미 나빠진 신장 기능을 되돌릴 만한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만성 콩팥병의 발생 위험도를 혈액 검사로 신장 기능 지표인 사구체여과율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사구체여과율이 60 밑이면 중증 만성 콩팥병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구체여과율을 추정하는 검사법은 나이, 운동량 등 외부 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아 콩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위험도를 측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망막 검사로 만성 콩팥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 효과를 분석했다. 망막이 콩팥처럼 미세혈관으로 이뤄져있다는 점과 안저검사(망막, 시신경유두, 황반 등 눈의 안쪽 표면을 검사하는 것)로 손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또 만성 콩팥병의 주 원인인 당뇨병은 합병증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망막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를 고려했을 때 망막 검사를 통한 콩팥병 예측 AI가 접근성이 좋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검진받은 8만명의 망막 검사와 사구체여과율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 후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AI는 망막 사진의 혈관을 보고 사구체여과율의 감소를 예측하고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도를 평가한다.
이어 AI 예측 유용성을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 대상자와 한국 당뇨병 환자를 합친 3만5000명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대상자들의 망막 사진을 살펴 최대 10.8년간 만성 콩팥병 발병 여부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AI를 통해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도에 따라 대상자들을 4개 군으로 분류하고,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실제 만성 콩팥병도 많이 발생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AI는 사구체여과율 추정 방식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박정탁 교수는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미래 만성 콩팥병 발생을 예측하기에 어려웠다”며 “이번에 개발한 AI로 만성 콩팥병 고위험군을 선별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헬스케어서비스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npj 디지털 메디슨(npj Digital Medicine, IF 15.35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