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겪은 가난, 뇌 발달 해친다?

빈곤층 아동의 뇌 백질에서 물 분자 확산 떨어지는 것 관찰돼

빈곤층 아동의 뇌백질 구성 변화의 원인 중 일부는 아동 비만과 낮은 사고 기능에 기인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시절 가난하게 자라면 뇌의 백질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 의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사람의 뇌는 회백질과 백질로 구성된다. 회백질에 신경세포가 몰려 있다면 백질에는 신경세포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섬유가 집중돼 있다. 회백질이 사유와 판단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백질은 그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논문의 제1저자인 WUSTL 의대 박사과정 연구원인 자오롱 아드리안 리(정신과)는 “백질 무결성(White matter integrity) 은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질의 신경섬유가 손상 없이 고스란히 보존되는 것을 백질 무결성이라고 한다. 백질의 신경섬유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시공간 인식과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청소년 뇌 인지 발달(ABCD)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ABCD는 9세~10세 아동 1만2000명을 10년 이상 추적하는 장기 연구 프로젝트다. WUSTL은 이를 위한 21개 연구대상 지역 중 하나다.

연구진은 9세~11세 8842명 어린이의 뇌 스캔에서 백질 무결성의 지표인 물의 움직임을 모델링했다. 다양한 뇌세포 구조는 물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장벽을 만든다.

연구진은 빈곤층 아동의 뇌에서 물 분자의 확산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백질 영역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뇌 백질 구성이 달라지면 의사소통의 경로에 손실이 발생해 신체적 문제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뇌의 구형 공간에 수분 함량이 더 높아지면 신경 염증이 있을 수 있다고 연구진 설명했다.

빈곤층 아동의 뇌백질 구성 변화의 원인 중 일부는 아동 비만과 낮은 사고 기능에 기인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 2가지는 모두 빈곤 아동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위험이다. 특히 낮은 사고 기능은 부분적으로 감각적, 사회적, 인지적 자극을 풍부하게 경험하지 못함에서 발생한다.

연구 책임자인 WUSTL 의대의 타마라 허시 교수(인지신경과학 및 정신의학)는 “비만과 인지력 저하가 관련 중재자일 수 있다는 우리의 예측이 입증된다면 빈곤아동의 건강한 체중관리와 인지력 자극을 위한 적극적 개입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책임자인 WUSTL 의대의 스콧 마렉 교수(방사선학 및 정신의학)는 “가속화하는 부와 소득 불평등이 어떻게 뇌 발달에 해를 끼치고 정신 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제 막 파헤치기 시작한 연구”라며 “뇌 건강에 중요한 것은 학교나 육아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삶의 총화”라고 밝혔다.

연구의 한계는 그것이 단지 한 시점만을 바라봤다는 것이고, 그래서 가난이 뇌의 차이를 유발했는지 여부를 아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허쉬 교수는 “이번 연구가 앞으로 이어질 크고 세분화된 향후 연구에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cademic.oup.com/jcem/advance-article-abstract/doi/10.1210/clinem/dgad324/7205865?redirectedFrom=fulltext&login=fals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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