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박 불규칙한 女, 인지기능 저하 속도 빨라 (연구)

불규칙한 맥박을 가진 여성은 동일 남성보다 인지 손상과 치매로의 진행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규칙한 맥박을 가진 여성은 동일 남성보다 인지 손상과 치매로의 진행속도가 더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발생하는 빠른맥의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이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며, 여성은 남성보다 심방세동 증상을 더 많이 보이며 예후도 더 좋지 않다.

미국 에모리대 캐스린 우드 박사팀은 심방세동 환자의 인지장애 유병률과 치매로의 진행에서 성별간 차이를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NACC(National Alzheimer’s Coordinating Center) 코호트 참가자 43,630명이 포함됐는데, 이 중 11%에 해당하는 4593명이 기준 시점에 심방세동이 있었다.

평균 연령은 78.5세였고, 46%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최소 세 차례 이상, 해마다 한 번 클리닉을 방문해 신경심리검사를 받았고 정상인지, 경도인지장애(MCI), 치매 중 하나로 분류됐다.

연구진이 살펴본 것은 심방세동과 기준 시점 인지 상태 진단 사이의 연관성 및 심방세동과 인지 진단의 진행 시간 사이의 연관성이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를 연령, 성별, 인종, 교육수준, 체질량지수, 흡연여부, 우울증,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 심부전, 뇌졸중, 수면무호흡증 등 연관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조정했다. 그런 다음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들을 질환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이 있는 여성들은 증상이 없는 여성들에 비해 기준 시점에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3배 높았다.

평균 4년 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참가자의 30%가 악화된 단계의 인지 장애로 진행됐으며, 21%에서 치매가 발병했다. 심방세동이 있는 여성들은 증상이 없었던 여성들에 비해 악화된 단계의 인지장애로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았다. 심방세동이 없던 여성들에 비해 심방세동 증상이 있던 여성들은 정상 인지에서 경도인지장애로, 경도인지장애에서 혈관성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심방세동과 더 빠른 인지 저하 사이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우드 박사는 “여성에게서 심방세동 증상은 의료진에 의해 간과되거나 스트레스 또는 불안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잦아 장기간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단을 받지 못하면 심방세동으로 인한 혈전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는 항응고제 약물 처방을 받지 못하며, 이로 인해 뇌 혈관에 혈전이 생겨 점진적으로 뇌 기능을 잃고 인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여성의 심방세동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강력한 연관성을 고려할 때, 심방세동 환자를 식별하는 방법을 확립하면 인지장애 및 치매로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향후 개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23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 ACNAP 2023에서 발표되고,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저널 ‘알츠하이머&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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