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방광암과 대장암에 더 취약한 이유

Y염색체의 손실 또는 Y염색체의 특정 유전자 때문

대장암과 방광암을 포함한 비생식성 암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공격적인 것에 대해 생활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성염색체인 Y염색체가 대장암과 방광암을 어떻게 더 치명적으로 만드는지를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이들 암에 걸린 남성이 여성보다 생존가능성이 낮은 이유도 풀리게 됐다. 21일(현지시간)《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2개의 논문을 엮어서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연구진의 연구는 일부 세포에서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Y염색체의 손실이 공격적인 방광암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암세포가 면역 체계에 의해 탐지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시더스-시나이 의료센터 연구진은 생쥐 Y염색체의 특정 유전자가 일부 대장암이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전이될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연구를 종합해보면 왜 그렇게 많은 암이 남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호주 조지 세계보건연구소의 수 하웁트 연구원은 말했다. 생활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대장암과 방광암을 포함한 비생식성 암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공격적인 것에 대해 생활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었다. 여성보다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더 많기에 그러한 암에 걸린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남녀간의 암 발생률 또는 그 치명률의 차이는 해소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Y염색체가 세포 분열 동안 자발적으로 손실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성이 나이를 먹을수록 Y염색체가 없는 혈구의 비율이 증가하고 그런 세포가 증가하는 것이 심장질환, 신경퇴행성질환 그리고 일부 암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시더스-시나이 의료센터의 댄 테오도레스쿠 암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이 방광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Y염색체를 자발적으로, 또는 CRISPR–Cas9 게놈 편집을 사용해 제거한 방광암 세포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그러한 암세포가 여전히 Y염색체를 보유한 비교 가능한 세포보다 쥐에게 이식되었을 때 더 공격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한 Y염색체가 없는 종양을 둘러싼 면역 세포가 기능을 상실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생쥐의 경우 면역세포의 활동을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용 항체가 Y염색체를 지닌 종양보다 Y염색체가 적은 종양에 더 효과적이었다. 연구진은 인간의 종양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발견했다. 논문을 검토한 스웨덴 웁살라대의 얀 두만스키 교수(유전학)는 이 발견이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해당 암들을 치료하는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해주는 발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역관문 억제제라는 유사한 항체가 이미 일부 종양에 대해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로널드 드피노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생쥐의 대장암 연구를 통해 KDM5D라고 불리는 Y염색체 상의 유전자가 암세포간의 연결을 약화시켜 세포가 분리돼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지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KDM5D가 삭제되면 암세포는 덜 공격적으로 바뀌었고, 면역 세포에 의해 인식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드피노 연구원은 “이는 약물로 제거가능하다는 점에서 항암 치료의 잠재적인 목표를 제시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방광암에서 Y염색체에 대한 보호 역할과 대장암에서 Y염색체 유전자에 대한 유해한 역할이라는 2가지 발견 사이의 대조는 암에서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데오도어스쿠 연구원은 밝혔다. 그는 “모든 종양이 동일한 생물학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Y 염색체 손실이 다양한 장기와 종양 유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텍사스대 MD 앤더슨암센터 연구진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254-7)에서, 시더스-시나이 의료센터 연구진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234-x)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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