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편두통약 ‘가성비’는 별로?…주사제 ‘앰겔러티’ 효과 글쎄

먹는약 '너텍'과 일대일 비교, 우월성 검증 실패...릴리 "데이터 발표 예정"

[사진=앰겔러티]
편두통 주사제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의 실효성에 의혹이 제기됐다. 편두통 예방효과를 놓고 먹는약에 비해 이렇다할 치료적 혜택이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계열 치료제인 앰겔러티는 연간 투약비용이 100만원이 넘는 값비싼 항체 신약이다. 그런데, 최근 화이자의 급성 편두통 치료제 ‘너텍 오디티(Nurtec ODT, 성분명 리메게판트)’와의 직접비교 임상 결과 효과의 우월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해당 임상시험이 앰겔러티의 개발사인 다국적제약기업 일라이 릴리가 직접 설계하고 자신감을 피력한 연구였다는데 적잖은 여파가 예상된다.

릴리는 최근 앰겔러티의 일대일 직접비교 임상(CHALLENGE-MIG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일과성 편두통 예방효과에 있어 경구제 너텍을 앞서지 못한 것으로 보고했다.

이번 4상 임상에 따르면, 치료 3개월 후 월별 두통 일수가 절반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앰겔러티가 너텍보다 우수하지 않다는 데이터가 관찰됐다.

릴리는 입장문을 통해 “두 약물 간의 치료 반응률은 전반적으로 비슷했다”면서 “연구의 일부 2차 평가변수에서는 앰겔러티가 경구제보다 수치적으로 더 우월한 부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세한 임상데이터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여기서 CGRP는 말초 및 중추신경계에 분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편두통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활성화가 일어나면 뇌막과 두피, 얼굴에서 시작되는 삼차신경을 연결하는 삼차신경절에서 방출된다. 이러한 CGRP 계열 항체 치료제(주사제)로는 앰겔러티 외에도 암젠 ‘에이모빅(성분명 에레뉴맙)’과 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 등이 진입했다.

바이오헤븐(Biohaven)이 개발한 너텍은 앰겔러티와 동일한 CGRP 표적 약물로, 지난해 화이자가 총 116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편두통 파이프라인이다. 이 치료제는 2020년에 편두통 급성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며, 2021년 편두통 예방 용도로 적응증을 추가 획득했다.

너텍은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폭넓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투약 편의성이 높은 경구제로 개발됐다는 데 강점이 부각된다. 반면, 주사제인 앰겔러티는 예방 용도로 사용이 가능할 뿐 편두통 발생 시 치료제로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다.

이번 앰겔러티의 직접비교 임상 결과의 경우, 통상 경구제 대비 주사제의 약효가 보다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기존 개념과 달라 추후 재평가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치료제 모두 출시 초반 기대와 달리 글로벌 매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도는 분위기다. 너텍은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에 각각 2억1100만 달러, 1억6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릴리의 앰겔러티는 각각 1억7600만 달러, 1억5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분석기관이 예상한 수치보다 20% 이상 빠진 실적이다.

한편 국내에서 CGRP 계열 치료제 시장은 2022년 9월 앰겔러티에 이어 올해 1월 한독테바 아조비까지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되면서, 처방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영업‧마케팅 경쟁이 시작됐다. 앰겔러티는 SK케미칼, 아조비는 종근당이 영업권을 맡으며 편두통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대리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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