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미생물, 아기 두뇌 발달 촉진?

엄마 질 분비액 바른 제왕절개 아기, 신경발달속도 다소 앞서

아기를 출산하는 산모는 자연적으로 자신의 내장과 피부에 있는 미생물의 집합체인 마이크로바이옴을 아기에게 제공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피부에 엄마의 질 분비액을 면봉으로 발라주는 것이 두뇌 발달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포숙주와 미생물(Cell Host Microbe)》에 발표된 중국과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네이처》가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질 분비액 심기(vaginal seeding)’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미생물군집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라고 엄마의 질 분비액을 바른 무명천이나 면봉을 아기의 입과 코, 피부에 발라주는 것을 말한다. 아기를 출산하는 산모는 자연적으로 자신의 내장과 피부에 있는 미생물의 집합체인 마이크로바이옴을 아기에게 제공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에겐 이런 과정이 생략될 수 있기에 이를 보완해주려는 것.

2016년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의 미생물학자인 호세 클레멘테 박사 연구진은 질 분비액 심기를 받은 4명의 영아가 일반 분만으로 태어난 영아와 유사한 미생물군을 갖게 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병원균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질 분비액 심기를 임상시험의 일부로만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제왕절개 아기와 일반분만 아기의 미생물군집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출생 후 며칠 동안 병원에서 도는 기회감염 박테리아(면역력이 떨어질 때 잘 감염되는 박테리아)의 수치가 높았으며, 몇 달 간은 면역기능을 지원하는 일반적인 장내 미생물이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중국 난팡의대 연구진은 질 분비액 심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잠재적 이점을 파악하기 위해 제왕절개 분만 예정인 76명의 임신부를 모집해 면봉에 질 분비액 또는 멸균 식염수를 뭍혀 바르는 무작위 맹검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임상시험 기간이 코로나19 대유행 때였기 때문에 임신부들은 다양한 감염성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질 분비액 심기를 받은 아기들은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가벼운 피부 질환이나 발열 등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도 식염수를 바른 아기들과 비슷했다.

연구진은 아기들이 생후 3개월과 6개월이 됐을 때 부모에게 의사소통, 운동, 문제 해결, 장난감을 만지거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는 것과 같은 신경 발달 단계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했다. 질 분비액 심기를 받은 아기들은 식염수를 받은 아기들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의미 있거나 지속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도 참여한 클레멘테 박사는 “하버드대 진학 여부를 가를 정도의 차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는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임상 미생물학자인 라르스 엥스트란드 교수는 질 분비액 심기의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산모가 병원균 검사를 받은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책임자인 난팡의대 하예(何彦)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현재의 데이터로는 임상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질 분비액 심기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같은 신경 발달 질환의 발병률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묻는 더 크고 장기적인 연구에 착수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그는 밝혔다.

질 분비액 심기의 잠재적 이점을 파악하기 위한 다른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엥스트란드 교수와 동료들은 약 3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아토피성 피부염에 대한 질 분비액 심기의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또한 클레멘테 박사는 알레르기와 천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미국 럿거스대 마리아 도밍게즈-벨로 교수 연구진은 비만에 대한 효과도 조사 중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미생물 군집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질 분비액 심기만 있는 건 아니다.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에게 엄마의 희석된 대변샘플을 제공하면 질 분만 아동의 장내 미생물 군집과 유사한 장내 미생물 군집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1931312823002159?via%3Dihub)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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