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고민이 '역동의 원천'... "APOA '아시아 자부심'될 것"
[APOA 수부상지학회] 정웅교 상지분과 학술위원장 인터뷰
"개인적으로 환자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에 맞는 정해진 치료법은 없기 때문이죠.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 분들이 개인의 상황이나 생활 방식 등에 맞는 치료 목표를 찾고, 이에 맞춰 잘 회복해 나갈 때면 의사로서 보람을 넘어서 희열까지 느낍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정웅교 교수는 환자별 '맞춤' 진료로 유명하다. 그가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곳은 언제나 환자 개개인의 '삶'이다. 나이나 질환의 증상 혹은 병명보다 환자가 원하는 인생의 경로에 방점을 찍는다. 유연한 사고와 끊임없는 고민이 함께 하지 않고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넘치는 학회 활동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오는 6월 30일~7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학회 수부·상지분과 창립총회·국제 학술대회(APOA HULS 2023)'의 준비 과정에서 상지분과 학술위원장을 맡았다.
"모든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며 얘기를 듣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더욱 흥미롭고 매우 재밌는 결과가 생기죠. 새로운 아이디어는 혼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아이디어가 모이면서 다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여러 사람이 모이면 더 나은 생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환자마다 다른 환경이 '핵심'... "잘못된 운동 정보 확산 안타까워"
어깨·팔꿈치 치료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 교수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치료엔 정답이 없다'는 진료 철학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예를 들자면, 어깨 관절의 힘줄이 끊어진 80세 환자라도 본인의 취미인 골프를 이어가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수술로 힘줄을 붙이는 치료가 목표입니다. 반면, 60세 환자분이시라도 활동량이 많은 활동보단 평소 아프지 않게 가사일 정도만 하시고 싶으시다면, 수술 없이 재활이나 운동치료 중심으로 치료를 끌어나갑니다."
환자의 환경에 대한 고려를 최우선으로 두기에 환자마다 모두 다른 사회적 배경과 의료·보건 환경을 어떻게 치료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정 교수가 가장 매달렸던 화두다.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분야인 스포츠의학 분야에서도 고민은 깊다. 정 교수는 각 환자의 건강 상태와 운동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운동치료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각 환자의 질환뿐 아니라 문제가 생긴 관절과 통증 부위를 모두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동작과 운동 강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재활운동과 스포츠의학 치료법은 이미 국내 전문 스포츠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 활동하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대한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팀닥터 등을 역임 중이다. 과거 2007년에는 장미란 선수의 왼쪽 어깨 부상 당시 재활치료를 맡기도 했다. 그의 치료를 받은 장미란 선수는 이듬해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도 인상, 용상, 합계 모두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운동에 관심 있는 이들이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찾을 수 있도록 올바른 운동 지식을 공유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올바른 운동에 대한 지식 없이 온라인 등지에서 자극적인 운동법들이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적절한 지도 없이 무작정 이런 운동을 따라하다가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오히려 '골병'이 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의사란 끊임없이 배우는 길… APOA, 韓 의료한계 성장시킬 것"(https://kormedi.com/1594108/apoahuls2/)]
◆ '늙지 않는' 학회, 서로 다듬으며 의료문화 자정-의학 발전 기여
"이번 APOA HULS 2023에서는 과거의 뛰어난 지식뿐만 아니라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부분에도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의 대가들로부턴 기존 연구에 대한 최상의 정보를 얻으면서도 젊고 혈기 왕성한 신진연구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한 최신 지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 수부상지학회(APOA HULS)'의 상지분과 학술위원장을 맡은 정 교수는 이번 행사가 학회를 더욱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중진과 신진 연구자가 고르게 교류할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선진국과 제3세계 개발도상국 등 다양한 배경과 사회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15개 국가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정보 교류를 통해 전(全)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 역시 의사의 사명"이라고 강조하면서 "대가들을 초청해 기존 연구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젊고 혈기왕성한 신진연구자들로부터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재생의학 등 최신 분야에 대한 지식도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개인적으로 △한국의 어깨 관절(견관절) 치료 1세대인 명지병원 이용걸 교수 △인공지능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의료에 접목하려 노력 중인 가천대 길병원 정규학 교수 △의료 분야에 3D 프린팅을 접목한 연구로 성과를 내고 있는 서울대병원 김세훈 교수 △국내 최초로 수부 이식수술에 성공한 미세수술 전문가인 세브란스병원 최윤락 교수 등의 학술발표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정 교수는 향후 APOA 수부상지학회가 중진과 신진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교류해 '늙지 않는 젊은 학회'로 성장해 미래 의학의 방향과 비전을 보여주는 모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APOA 수부상지학회가 '비전'을 보여주는 학회가 되길 바랍니다. 올바른 치료를 기반으로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미래 의학을 선도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젊은 의학자들이 학회에 모여 주도적으로 활동해 의료 현실에서 왜곡된 부분은 바로잡고 학회가 늙지 않도록 끊임 없이 자정 작용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까진 서양 의료계가 세계 의학계를 이끌고 있지만, 이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훌륭한 의사들이 등장해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APOA 수부상지학회가 세계 의학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의료계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그 초석을 놓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선 이번과 같은 국제 학술대회가 단발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여러 회원국을 돌며 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기사=APOA 수부상지학회, 'K-메디 시대' 마중물 역할…국제연대 끌어낼 것(https://kormedi.com/1586834/apoahul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