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 잦은 축구선수, 이 질환 위험 3.5배

英 노팅엄대 조사 결과 은퇴 후 2.8%가 진단

경기 중 반복적으로 단단한 공을 머리에 부딪히는 축구선수들은 은퇴 후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다. [사진=뉴스1]
축구 선수는 은퇴 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3.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 중 헤더(헤딩)를 통해 반복적으로 단단한 공을 머리에 맞추는 행위가 선수의 신경 인지 체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노팅엄대 연구팀이 은퇴한 프로 축구 선수와 일반인을 비교 조사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치매나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의 증상과 위험 요인과 관련해 설문했다. 치매 확인을 위해 언어 학습 및 유창성 테스트, 기억력 테스트, 전화 인터뷰 등 다양한 지표를 사용했으며 이 점수를 연령, 체질량, 혈액 순환 정도 등의 건강 데이터와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전직 축구 선수 468명 중 13명(약 2.8%)이 치매 증상을 겪고 있었다. 일반인 그룹(619명 중 2명, 0.3%)에 비해 크게 높은 비율이다. 파킨슨병 등 치매를 제외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의 비율도 축구 선수 그룹(2.8%)이 일반인(0.9%)보다 높았다. 조사에 참여한 축구 선수 중 머리 부상이나 뇌진탕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각각 47.8%, 53.1%임을 고려할 때 헤더 행위가 충분히 위험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와 프로축구 선수협회(PFA)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게임 내에서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며 “뇌진탕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12세 이하 유소년 수준의 축구 경기에서 헤더를 금지하는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FA와 PFA는 2018년부터 노팅엄대와 함께 선수들의 장기적 뇌 건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선수들이 은퇴 후 신경인지 장애를 겪는다는 사실이 심심치 않게 보고된 탓이다.

전직 축구 선수 고든 맥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든은 1978년부터 1985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80경기 넘게 출전하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지만, 2021년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 영국 스포츠 중계 채널 ‘스카이스포츠’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고든의 딸 헤일리 맥퀸은 “아버지가 선수 생활 내내 무거운 공을 반복적으로 머리에 맞추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훈련 중 머리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축구 외에 다른 스포츠에서도 관련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은 오랜 소송 끝에 지난 2016년 은퇴한 미식 축구 선수 약 2만 명에게 총 10억 달러가 넘는 ‘뇌진탕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 돈으로 1조28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때도 일부 은퇴 선수들이 “NFL 사무국이 경기 중 뇌 손상 가능성을 선수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부상 방지를 위한 노력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머리를 격하게 사용하는 스포츠 선수들의 장기적인 뇌 건강을 보호할 방안이 필요한 가운데, 노팅엄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축구연맹(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등에 전달돼 규정 재정비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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