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가득 찬 혈관, 어떻게 청소하나
[이광미 웰에이징 스토리]
A 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을 진단받은 것이다. 혈관에 기름이 꼈다고 생각하니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무서운 질환이 생길 것 같아 두려웠다. 주변에서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니 가슴이 덜컹한다.
몸에 안 좋다는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이 들어있는 음식을 줄이려고 보니 좋아하는 음식을 자제해야 해서 너무 슬펐다. 치킨, 삼겹살은 물론이고, 햄버거, 피자, 감자튀김 등 지방이 안 들어간 음식이 없었다.
특히 매일 한두 잔씩 마시는 카페 라떼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놀랐다. 카페 라떼 큰 잔에는 포화지방이 약 7g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감자튀김 한 봉에 들어있는 포화지방 약 2~3g보다 많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인 5명 중 1명(19.6%)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9.9%로 가장 많았고, 뇌혈관질환이 7.1%이었다. 우리 몸의 혈관은 12만km에 해당할 정도로 길며 이러한 혈관은 70% 이상이 막힐 때까지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혈관을 막는 것은 당뇨,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 대사 증후군으로 인한 동맥경화이며, 이러한 동맥경화는 우리 몸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이 쌓여서 생긴 것이다. LDL 콜레스테롤은 포화지방에 의해 주로 생긴다. 포화지방은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띠며 고기와 유제품, 버터 등에 많이 들어있다.
이처럼 기름진 혈관을 청소하고 깨끗하고 튼튼한 혈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3가지가 중요하다. 혈관에 낀 기름을 녹이고, 기름 주변에 있는 염증을 줄이고 딱딱해진 혈관을 부드럽게 이완하는 것이다. 이러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운동 습관을 알아보자.
1. 기름으로 기름을 녹여라
포화지방의 기름은 불포화지방으로 녹일 수 있다. 불포화지방은 혈관을 막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며, 염증을 줄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불포화지방은 오메가3, 오메가6, 오메가9 등이 있으며, 음식에 따라 들어 있는 양과 비율이 다르다.
1) 아마씨유
식물성 기름 중에서 오메가3인 알파 리놀렌산이 많다. 알파 리놀렌산은 체내에서 DHA와 EPA로 전환되는 전구물질이다. 알파 리놀렌산을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염증 물질인 C-반응성 단백질이 감소하여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성을 예방한다.
2) 대마 종자유
미국 <타임>이 선정한 6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불포화지방이 약 90% 이상 함유된 기름이다. 대마 종자유는 오메가3와 오메가 6의 비율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최적의 비율인 1:4와 유사하다.
3) 크릴 오일
크릴은 청정지역인 남극해에 주로 서식하는 플랑크톤의 일종이며,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있어 사람이 섭취하더라도 중금속이나 환경 호르몬이 쌓일 걱정을 덜 수 있다. 크릴 오일은 동물성 기름으로 오메가3 중에서도 DHA와 EPA 성분이 월등히 높다.
2. 항산화 영양소를 섭취하라
혈관을 노화시키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세포 기능이 떨어져 활성 산소가 증가하면 산화 스트레스로 혈관이 노화되고 지방이 산화되어 동맥경화가 심해진다. 그러므로 충분한 항산화 영양소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인다.
1) 코큐텐
코큐텐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혈액 내의 콜레스테롤 산화를 억제하여 동맥경화를 방지한다. 또한, 코큐텐은 혈압 조절에 도움을 주어 심혈관 건강을 지킨다. 코큐텐이 풍부한 음식에는 소고기, 달걀, 고등어, 연어, 대구 등 생선, 견과류, 시금치, 브로콜리 등이 있다.
2) 레스베라트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와인, 포도 주스, 블루베리 등에 함유된 폴리페놀이다. 레스베라트롤은 항산화 효과를 가지며, 혈관 내막의 염증을 감소시키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여 혈전 형성을 예방한다. 또한, 레스베라트롤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
3. 혈관 탄력성 높이려면 빌파(VILPA) 하라
혈관 탄력성을 높이고 혈관의 이완을 도와야 한다. 기름진 혈관으로 인한 동맥경화는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혈관이 수축하여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산소와 노폐물 운반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유산소 운동으로 혈압을 낮추고 혈관의 탄력성을 높인다.
특히 많은 시간의 운동을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의 작은 습관으로 혈관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바로 심박 수를 빠르게 높이는 활동을 자주 하는 것이다. 이는 산책을 하다가 1~2분 정도 숨이 찰 정도로 뛰는 정도의 활동을 말한다.
'네이처 메디슨'에 실린 호주, 영국, 덴마크, 캐나다 대학 공동 연구에 따르면 평균 연령 61.8세 25,421명의 웨어러블 심박 수 데이터를 약 7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따로 운동하지 않고 일상적인 일을 1~2분 동안 숨이 차도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심혈관질환에 의한 조기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빌파(‘활발한 간헐적 신체 활동'(Vigorous intermittent lifestyle physical activity, VILPA)를 한 사람은 심혈관 관련 사망 위험이 상당히 감소했다. VILPA는 버스를 잡기 위해 빨리 달리거나 아이들과 에너지 넘치는 게임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1~2분 정도 심장 박동이 빠르게 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VILPA를 하루에 1분씩 3~4회, 즉 하루 3~4분 정도만 해서 심박 수를 올리면 암 사망 위험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38~40% 감소하고,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48~49% 줄어든다. VILPA를 하루 11번 이상 하면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65%, 암 사망 위험은 49%가 줄어든다.
글=이광미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